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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쎄고 무자비할 정도로 밀어 붙인다... 황해
ldk209 2010-12-23 오후 1:27:58 1108   [1]
지독하게 쎄고 무자비할 정도로 밀어 붙인다... ★★★★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중국 연변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구남(하정우)은 연락이 두절된 아내의 한국 출국을 위해 빌린 돈 5만 위안(약 860만원)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마작에 손을 댔지만 있는 돈마저 날리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면가(김윤석)로부터 한국의 누군가(김승현 교수)를 죽이면 모든 빚을 탕감해준다는 제안을 받고, 구남은 아내를 찾을 겸해서 황해를 건너게 된다.구남은 며칠 동안 대상자의 행적을 연구하며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다른 누군가가 대상자를 살해하게 되고, 구남은 피살자의 손가락을 잘라 현장에서 도주하게 된다. 그러나 구남은 살인자의 누명을 쓴 채 경찰에 쫓기게 되고, 면가는 연락이 두절된다. 한편, 면가와는 별도로 김승현 교수를 청부 살해한 김태원(조성하)은 구남을 자신과 연결된 살인청부업자라고 오해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구남과 면가를 죽이려 하고, 면가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며 황해를 건너 입국한다.

 

2008년 개봉해 의외의 흥행 성과와 호평을 얻어 낸 <추격자> 이후 많은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추격자>의 잔영을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만큼 <추격자>의 성과가 컸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 어떤 영화도 <추격자>의 존재감을 흔드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든가. 결론적으로 <황해>는 인물의 동선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고, <추격자>에 비해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든가, 영화적 설정으로 보기엔 무리한 지점이 보이기는 해도 <추격자>의 성과들이 충분히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악마를 보았다>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최근의 한국 스릴러 영화는 누가 더 쎈지, 누가 더 지독한지, 누가 더 잔인한지, 누가 더 끝까지 밀어 붙이는지를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황해>는 이 경쟁(?)의 최종 승리자가 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황해>에 대한 첫 번째 인상이며 특징이다. 화면 자체의 어두움과 함께 날 것의 풍경과 대사들이 넘실거리고, 날카로운 칼과 둔탁한 손도끼가 춤을 추며, 육체를 절단하는 톱질의 소리가 그대로 이미지화되어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황해>는 강함과 지독함으로 도배되어 있다.

 

<악마를 보았다>보다 잔인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아쉬웠던 건 인물들의 절박함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이었다. 절박함이 없는 잔인함은 시각적 충격을 던져줄지언정 마음을 흔들어 강한 인장을 남기지는 못한다. <황해>에서 묘사되는 액션 장면, 사실은 살해 장면은 그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처리되지 않으며, 살기 위한 절박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특히 어처구니없는 운명의 실타래에 포박되어 몸부림치는 구남의 몸짓과 눈빛은 아련할 정도로 절박하다.

 

<황해>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장점이 여실히 부각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추격자>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추격 장면 때문일 것이다. <추격자>에서 개인 대 개인의 뜀박질로 이루어진 추격 장면은 <황해>에선 개인 대 다수, 개인 대 차량, 차량 대 차량의 추격 장면으로 다양화, 거대화되었으며, 그 하나 하나의 완성도가 정말 대단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나홍진 감독의 특징인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추격 장면에서의 리듬감과 사운드의 활용, 근접 촬영을 통한 긴박감의 고조는 <황해>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특히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 차량을 박살내고 뒤이어 전개되는 카체이싱 장면은 한국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실 한국 영화에서 카체이싱 장면이 그동안 얼마나 조악했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황해>의 또 다른 특징을 거론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액션 장면과 추격 장면에서의 근접 촬영이다. 칼로 쑤시고, 도끼로 내리 찍어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 전체를 조망하도록 보여준다면 그건 잔인함을 넘어선 일종의 고문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황해>는 가장 끔찍한 순간에 대한 근접 촬영으로 잔인함을 일정정도 해소하고 있다.(정확하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카체이싱 장면 역시 마찬가지인데, 쫓고 쫓기는 두 대의 차량을 근접해서 보여줌으로써 시종일관 혼돈과 급박함의 리듬을 창출하고 있다. 가끔 원경을 통해서 보면 사실 그다지 많은 차량이 동원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이 정도도 우리 영화에선 대규모로 동원된 것이겠지만) 따라서 근접 촬영은 어쩌면 효율성을 위한 고민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근접 촬영은 관객으로 하여금 전체적인 조망을 하기 힘들도록 하는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 결과물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처음 <황해>라는 영화를 접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상영시간이 무려 156분에 달한다는 것이었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놀란 건, 그 긴 시간동안 긴장과 스릴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후반부를 좀 더 타이트하게 조였다면 상영시간도 좀 단축되고 더욱 흥미진진한 결과물이 나왔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추격자>보다 이야기 구성에선 좀 헐겁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확실히 하나의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내달리는 <추격자>에 비해 <황해>는 주요한 세 인물의 환경에 대한 묘사와 복잡하게 꼬인 플롯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느라 조금씩 주저하며, 힘 있게 내달리는 느낌도 덜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황해>는 장면 하나 하나의 완성도에 대한 긍정 평가와 함께 한국 스릴러 영화의 잔혹함이 인물의 절박함과 결부되어 긍정적 평가를 얻는 드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추격자>와의 공통점 하나를 꼽는다면 그건 경찰의 무능함에 대한 신랄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황해>에서의 경찰도 용의자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느라 경찰력을 허비하며, 심지어 검문검색으로 구남을 검거해놓고서도 눈앞에서 놓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사라진다.

 

※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최고 수위의 연기를 보여준다.

 

※ 면가 등 연변 깡패들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과 서울 깡패의 세련되고 말쑥함은 묘하게 예전에 봤던 <송어>를 떠올리게 했다. 또는 <구타유발자들>

 

※ 개인적으로 <황해>에서 가장 무리한 설정은 청부 살인을 의뢰하면서 자신의 진짜 명함을 여기저기 돌린 것 아닐까 싶다.

 

※ <황해>는 결론적으로 얽히고설킨 지독한 치정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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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2010, Hwanghae / The Yellow Sea)
제작사 : (주)팝콘필름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20세기 폭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hwang-h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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