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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아동용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ldk209 2008-05-18 오전 12:25:45 3495   [17]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아동용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소위 세계 3대 판타지 문학 중 하나다. 이 문학의 실사 영화화를 살펴보면, 하나는 이미 영화화가 종결됐고(반지의 제왕), 하나는 정확히 50%가 제작됐으며(나니아 연대기), 하나는 그 지위에 걸맞는 제대로 인정받은 영화를 아직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어스시의 마법사). C.S. 루이스가 쓴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1950년부터 56년까지 7년에 걸쳐 총 7부가 발매되었으며, 영화는 이 중 4부만이 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반지의 제왕>은 전체 3부가 내용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경우 7권이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부만 영화화해도 특별한 무리는 없어 보인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가 판타지 영화의 바이블로 꼽히고 있는 것은 <반지의 제왕> 등 뛰어난 판타지 문학들의 상상력의 원천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지의 제왕>의 무대가 되는 중간계가 바로 <나니아 연대기>에서 가져온 것이며, 그 외에 많은 캐릭터의 특징도 <나니아 연대기>를 원천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나니아 연대기>가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주었지만, 영화 제작은 반대로 <반지의 제왕>이 성공을 거둠에 따라 <나니아 연대기> 제작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반지의 제왕> 성공이 <나니아 연대기> 영화화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차원을 넘어 이번에 개봉한 2편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는 <반지의 제왕>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 - 살아 움직이며 텔마린 군대를 공격하는 나무들이라든가, 크게 불어나 강을 건너던 적군을 공격하는 강물 - 을 여기저기서 포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칼을 찬 쥐 전사들은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의 성향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들은 원작 소설에 담겨져 있고, 어쩌면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슈렉> 등의 소설 또는 영화가 <나니아 연대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니아 연대기>가 늦게 제작됨에 따라 관객에게는 다른 영화에서 이미 본 듯한 장면이 제공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고려되었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특징은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아동용 판타지라는 점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충실히 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동물농장이라고 놀림까지 받았던 1편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전투 장면에 비한다면야 아이들이 성장한 그 만큼, 이야기도 전체적으로 더 성숙해졌고, 풍성해졌으며, 전투 장면도 비교할 수 없게 확장되긴 했다. 그럼에도 아동문학적 성격은 여전히 담겨 있다. 이건 원작의 충실한 재현의 의미도 있겠지만, 전체 관람가를 위한 전략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동문학적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가장 어린 루시에게 전쟁 승리의 핵심 키가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의 기독교적 세계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점이다.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전투 장면에서 거의 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동을 배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피터나 에드먼드가 휘두르는 칼에 실제로 적군이 죽었는지 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화면에서 피는 보이지 않으며, 잔인한 장면도 상상을 통해서나 가능하도록 배제되어 있다(성안에 갇혀 죽어가는 나니아 군사들). 그리고 피터와 미라즈의 일대일 싸움에서 조금 불리할 만하면 "휴식!"을 외치는 것도 어른들의 전쟁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선 가능한 장면이다. 가장 결정적인 건 나니아는 나이가 들면 들어오지 못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피터와 수잔은 나이가 들어 다시는 나니아에 오지 못하며, 에드먼드와 루시는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만이 올 수 있는 세계, 바로 나니아인 것이다.

 

아동 문학이라는 특징보다 더 본질적인 이 시리즈의 특징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소설의 1부는 영화로 제작되지 않은 <마법사의 조카>이다. 여기에선 아슬란이 나니아를 만드는 장면이 묘사된다. '아슬란이 꽃과 나무가 있으라하니 있었다.' 말 그대로 아슬란은 바로 창조주(기독교에서의 하나님)인 것이다. 그리고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의 아슬란은 인류를 위해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예수의 직접적인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비해 종교적 색채가 엷어졌다고는 하지만, <캐스피언 왕자>에서도 여전히 아슬란은 신(하나님)을 의미한다. 아슬란은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든 있으며, 순수하고 믿음이 큰 사람(루시)은 볼 수 있지만, 의심하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믿음이 적었기 때문에 텔마린 족으로부터 고난을 당하게 된다. 즉,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을 때 아슬란(신)은 그에 합당한 선물을 준다는 것인데, 이런 인자하면서도 엄격하고,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아슬란이란 존재는 기독교의 신과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당연하게도 강물이 적군을 수장시키는 장면은 모세의 기적을 연상시키며 물이 변한 거대한 사람의 형상도 모세인 듯 보인다(턱수염).

 

이런 강하게 내포된 기독교 세계관으로 인해 기독교 신자들에게 좀 더 의미있고,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아동용 블록버스터 판타지 가족영화(?)가 주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네 남매가 캐스피언 왕자와 만나게되기까지의 과정이 조금 지루한 감은 있어도 뒷부분의 전투장면은 이를 상쇄할 만큼의 매력이 있으며, 간간히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요소도 적절한 수준이다.

 

※ 원작 소설에서는 네 남매가 기차역에서 나니아 세계로 가는 과정이 대단히 짧게 묘사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 상상력을 덧대 피터와 에드먼드가 다른 아이들과 싸움하는 장면을 넣었고, 싸움의 이유를 어린아이로 대했다는 걸로 제시했다. 소설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니아에서 이미 어른까지 경험한 이들이 다시 어린이로 돌아와 생활하는 데에 따른 일종의 정체성의 혼란, 적응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영화의 마지막에 피터와 수잔이 다시는 나니아에 들어올 수 없음을 얘기함으로서 다음 시리즈에서 이 둘은 빠질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원작 소설을 통해 보면, 다음 영화는 <새벽 출정호의 항해>가 될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는 에드먼드, 루시, 그리고 이들의 사촌인 유스터스가 나니아를 찾아가 캐스피언 왕자와 함께하는 모험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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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2008, The Chronicles of Narnia : Prince Caspian)
제작사 : Walt Disney Pictures, Walden Media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narnia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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