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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동반한 성장의 가치 피터팬의 공식
kharismania 2006-04-13 오후 5:25:24 1492   [3]

 

 피터팬 컴플렉스. 세월의 흐름을 망각한 채 어린 시절에 머물고 싶어만 하는 도태적인 사고방식을 가르키는 이 전문용어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낭만적이면서도 현실 안에서는 지극히 문제있는 결핍성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기인한다.

 

 사실 성장이라는 단어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성장을 거친 후의 미덕일 뿐 진행중인 성장은 고통스럽다.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속에서 몸을 웅크리듯 그렇게 성장은 인내와 갈망을 동반한다.

 

 열아홉 인생은 어중간하다. 성인도 아닌 것이 어린애처럼 굴 수도 없다. 열아홉이란 나이는 본인의사와도 상관없이 성장이라는 가시밭길 위로 스스로를 내팽개쳐버린다.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해야 하는 시간과 서서히 마주쳐야만 한다는 위기의식. 그것은 자립의 고취보다는 유기당할지 모름에 대한 불안에 가깝다.

 

 이 영화는 상징성이 강하다. 은연중의 대사에도 스쳐가는 시퀀스 하나하나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심어져 있다. 특히나 초반에서 후반으로 그리고 영화의 말미로 치달으며 그러한 상징성은 지극히 심화되고 강렬한 모호함을 남긴다. 그리고 수많은 방점을 찍는 이 영화의 상징성은 성장이라는 과정 속의 수많은 고뇌를 감싸안으며 하나로써의 획일점을 찍는다.

 

 피터팬은 네버랜드안에서 영원불노(老)한다. 네버랜드는 하나의 이상향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와 같다. 그것은 안주할 수 있는 하나의 안식처이자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이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꿈꾸던 세상과의 조우 혹은 이별이다. 그리고 그 경계는 모호하며 자신의 성장과정은 인지할 수도 없게 끝나버리거나 지속된다. 마치 멀리서 빛나는 등대처럼 꿈은 아련하게 빛나지만 발버둥쳐도 다가서기 힘들다. 오히려 꿈을 향해 발장구치며 힘차게 헤엄쳐나가다 세상이라는 바다의 고요함 속에서 홀로 익사하듯 침전해버리는 열망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제일 처음 당하는 것은 폭력이다. 아이는 어머니의 포근한 자궁 속 양수로부터 끌려나듯 좇겨나 울음을 강요당하며 엉덩이를 두들겨맞는다. 태어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단지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고민안에 본인의 선택여지를 부여할 뿐이다. 삶에 대한 선택은 주어지지 않고 단지 삶의 방향에 대한 선택만이 불가피할 뿐이다. 그래서 성장은 불가피하면서도 고통스럽다. 자신이 짊어져야만 하는 삶에 대한 무게감은 본인의 의사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그 삶이 어떻게 되어도 누굴 탓할 수 없는 불쾌한 내던져짐일 수도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의 시작은 그런 가학적인 손길질로부터 출발한다. 세상은 네 의사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이 영화는 물에서 시작해서 물에서 끝난다. 물은 양수를 의미한다. 삶에 대한 고민도 강요도 없던 네버랜드와 같던 어머니 뱃속의 고요한 바다. 이 영화는 그 네버랜드와 같은 바다로의 회귀를 꿈꾼다. 끝이 뻔히 보이는 재능과 준비되지 않은 책임감을 강요하는 가혹한 삶으로 내몰리는 한수(온주완 역)는 현실안에서 방황하지만 처절한 좌절보다는 무덤덤한 묵인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는 일탈-편의점 습격 등의-적인 대안을 모색하기도 하고 현실도피-자위와 섹스에 대한 갈망-적인 쾌락을 꿈꾸기도 한다. 

 

 자고싶다고 인희를 조르는 한수는 10대에 팽배해진 성적호기심과 결부하지만 인희에게 들어가고 싶다며 절규하는 한수는 내몰려진 삶으로부터의 중압감으로부터의 도피본능과 결박한다. 자신이 내몰려진 세상의 불가피한 가학성 앞에서 모태적인 애정으로의 회귀본능을 꿈꾸는 것은 유아적인 심리지만 불완전한 청춘의 끝머리에서 성인으로써의 비정한 무게감에 짓눌린 한수의 처지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이는 관객에게 공감되고 동정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희(유호정 역)와의 성교를 갈구하는 한수에게 느껴지는 것은 성적 욕구에 대한 불쾌함보다는 짓눌리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고픈 처절함에 대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준비되지 못한 성인으로써의 불완전한 감성은 갑작스럽게 대면한 삶에 대한 무게감의 현실과 맞닥뜨리며 둔탁한 파열음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그는 현실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린다. 자신에게 갑작스러운 짐을 떠안긴 어머니와의 불미스런 인연을 끊어보려고도 하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습격한다. 그러나 미진(옥지영 역)처럼 야박하게 어머니와 선을 단절하지도 못하고 편의점을 습격하지만 자신에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헤쳐가는 방식을 알려준 그녀와 재회한다. 둘은 서로의 극단적인 행동양식을 암묵적으로 동정하고 묵인함으로써 서로가 지닌 상처를 공유한다. 이는 성장의 고통을 견뎌내야만 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일말의 위로다. 또한 한수가 다시 찾은 밤늦은 수영장에서 응시하게 되는 것은 물이 빠진 빈 풀이다. 이미 터져나간 양수처럼 자신이 돌아갈 자궁은 없다는 것을 한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성장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종용한다. 그렇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짊어지고 실패와 방황을 거듭한 젊음의 막바지가 남기는 것은 탁월한 안목이 아닌 삶의 무게감에 대한 인지뿐. 그렇게 소년은 삶의 무게감에서 벗어나기 보다는 무뎌지는 법을 배우며 현실에서 견디는 법을 익힌다. 

 

 피터팬은 네버랜드에서만 유용하다. 네버랜드를 벗어난 피터팬은 더이상 피터팬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피터팬도 삶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며 벗어날 수 없는 세월의 인과율을 따라야만 한다. 이 영화는 네버랜드를 찾는 피터팬의 낭만보다는 네버랜드를 등진 피터팬의 애잔한 서글픔을 동반한다.

 

 우리는 모두 네버랜드를 등지고 떠났거나 떠나가야만 한다. 피터팬의 공식은 피터팬으로써의 생을 유지하는 편법이 아닌 피터팬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강박관념을 덜어내는 방식에 대한 소통이다. 소년에서 성인이 되어야만 하는 세월과의 마찰은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야만 할 통과의례다. 준비되지 못한 시련앞에 내던져진 처지는 가혹하지만 그 시련 너머의 삶이 결코 불행하다 말할 수 없기에 그 시련앞에서 담담해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담한 삶속에서 꿈은 오히려 간절하게 빛난다. 어두운 밤에 불빛을 밝히는 등대처럼. 등대를 향해 무모하게 헤엄쳐나가던 소년은 익사할 뻔하지만 어둔 밤 그는 여전히 등대를 향해 헤엄쳐나가는 꿈을 꾼다. 삶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짊어진 성장에 대한 무거운 고찰 뒤에 남는 젊음의 약동하는 가능성 아닐까.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청춘이지만 그 청춘이 지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지닌 잠재력은 가혹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세상과의 싸움이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음을 이영화는 교묘하게 보여준다. 아픔을 동반한 성장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

 

 온주완의 재발견. 이것이 이영화가 소중한 다른 이유이다. 그의 돋보이는 연기는 또래 연기자들이 지닐 수 없는 비범함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이다. 그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근거가 극명한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좀 더 넓고 깊은 연기로의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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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공식(2005)
제작사 : 엘제이 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nkino.com/special/peterpan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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