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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빙 크리스마스

sunjjangill

2010-08-27 오전 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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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한 마디로 ‘영화’같은 영화다. 이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스토리만 몇 줄 읊어도 ‘아하~’그러실 것.

돈 많은 광고 회사의 경영진 ‘드루(벤 에플렉)’는 크리스마스 겨냥 무알콜 음료를 성공리에 프로모션한뒤, 희희낙락하고 있다. 연타를 날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발리여행권으로 여친의 사랑을 받아야지 했던 드루는 ‘이 무슨 어이없는 처사냐’는 말과 함께 참으로 허망하게 차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잘 노는 타입인줄 알았더니, 왠종일 전화통만 붙잡고 크리스마스때 같이 놀아 줄 친구를 찾는 것이 아닌가.

원래 잘 나가는데다 뻐기기까지 하면 왕따가 되니, 영화 초반 그런 필이 싸악 오는 드루의 전화통 노동은 소용없는 일이 된다. 그뒤 여차저차해서 어린 시절 자기가 살던 집으로 간 그는 25만 달러를 줄테니, 그곳에 살던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동안 자신의 가족이 돼 달라고 조른다.

미친 놈 취급하며, 상대도 하지 않으려던 ‘발코’ 부부는 며칠 고생하는데 3억 정도 준다는 눈뒤집히는 제안에 못 이기는 척 수락한다. 그러면서 펼쳐지는 이런저런 코믹스런 상황들이 이 영화의 줄거리.

아무리 혼자 지내기 싫기로서니, 어떻게 그런 거금을 탁탁 배팅하는지, 또 어쩜 돈에 그리 홀딱들 쏠리는지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어쨌든 이건 영.화, 더구나 코.미.디 영화라는 생각을 한쪽 구석에 주입하면, 제법 웃음이 터져나오는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허나 컨디션 안 좋은데다, 자본주의의 생리에 평소 구역질 비스무레한 느낌을 가진 관객들이라면, 나쁘게 말해 ‘돈’으로 묶인 주종관계들이 엮는 ‘생쑈’라는 생각도 충분히 느낄수 있을 듯.

어쨌든, 좀 둔감한 심정으로 스크린을 주시하면‘돈이면 다!’보단 돈이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행복감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는 드루에게 묘한 공감도 생기고, 결말까지 정상 수위로 떨어뜨리지 않는 오버 액션도 나름대로 귀엽게 느껴진다.

벤 애플렉의 코미디 연기는 ‘잘했다’는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럭저럭 코미디 영화에도 어울리네’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비롯해 적잖은 사람들이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웃긴 사람’, ‘애드립의 왕’ 등의 상당히 놀라운 칭찬을 던지고 있지만!).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를 보노라면,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미국의 엄청난 열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된다’는 등장 인물들의 아주 당연한 생각도,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요소같아 왠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그런 면에서, 드루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이 쪼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여겨지는 것.

한 가족을 침범하는 듯 비쳐졌던 드루가 사실은 엇나가고 있었던 가족들을 결합시키는 존재라는 식의 결말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애’를 강조하고 있는 이 영화는 90분의 짧은 러닝 타임인 만큼 속도감있고 깔끔하단 느낌이다. 미국 개봉땐 흥행적으로 전혀 재미를 못본 상황(벤 애플렉이 미대통령 선거 당시, 케리 후보를 지지하느라 상당히 바쁜 나머지 홍보를 등한시했다나, 뭐래나!).

타이밍 절묘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국내 개봉하는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그 재미를 떠나 보고나면, 일단 크리스마스 생각이 절실해진다. ‘크리스마스날 누구랑 보낼 것인가’라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문제, 필자나 여러분들이나 피해갈 수 없는 문제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