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연기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양아치틱한 한 사내가 홀연히 나타났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류!승!범! 게릴라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장편영화로 극장상영을 강행했던 형만큼이나, 나타나던 그 순간부터 강호를 평정하리라는 믿음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이 시대 최고의 양아치 류승범이 이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능가하는 명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영화! "품행제로"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다른 동급생 아해들보다 나이도 많고 무수한 전설을 뿌리며 짱으로 군림하고 있는 우리의 동급최강 양아치 중필! 그런 중필에겐 남학생들의 꿈인 여자다우면서도 애교스러운 매력과는 담을 쌓고 살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중필을 사모하는 오공주파의 짱 나영이 있었다. 아~ 그러나 그 누가 사랑이 아름답다 했던가~ 우리의 중필은 나영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은근히 나영의 신경을 긇고 있는 범생중에 범생, 품행방정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민희에게 필이 꽂혀버린 것이다.
은근히 돌려 말해 아닌척하며 정보 모으기,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친척 하며 찾아가기, 귀찮아하는척하며 데이트 비스끄레무레하게 동행하기, 등등의 필살 슈퍼초울트라메가톤급유치찬란표 접근법으로 민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중필! 그러나 그에겐 풀어야할 숙제가 있었으니 최근에 전학와 또다른 전설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상만과의 결전과 그 결전에 걸림돌이 되는 품행방정 민희였던 것이다. 과연 우리의 중필은 어느길을 선택할 것인가~
"품행제로"는 더할 나위 없이 유치하고 더할나위 없이 경쾌하다. 황당무계하지만 한번 필이 꽂히면 이 시대 최고의 영화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주성치의 영화처럼 "품행제로"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얼마나 만화적으로 표현하는가, 그 만화적인 황당함 속에 얼마나 사람을 담아내는가에 승부수를 던진 영화이다. 그 승부수는 정확히 적중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던지며 사람들로 하여금 중필의 연애담과 방정하지 못한 품행을 지켜보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제는 공효진의 연기가 너무 진부해지지 않았나? 기대 만땅이었던 첫영화에서 홈런을 치지 못해서 오히려 더 기대하게 했던 임은경의 연기가 조금은 밋밋한게 아닌가? 한번 신나게 웃어보자 할땐 좋았는데 끝나고 나니까 무언가 조금 허전한 것 같지 않나? 이런 질문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때쯤에 우리는 류승범의 얼굴과 말투와 몸짓을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이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하하하~ 류승범이다~
아마도 류승범은 최고의 찬사를 받는 배우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건 그가 진정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류승범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유쾌하거나 혹은 유쾌하지 않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