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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밉지않게, 80년대를 회상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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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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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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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6 오후 9:4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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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는 밉지않은 영화다. 미워하기에는 사랑스러울만한 요소들이 도처에 난무해있고, 지나친 애정공세를 퍼부어 주기에는 왠지 모를 밋밋함에 망설여지는 ... 모호한 상업성으로 충만한 , 결국 밉지않은 보통의 매력을 갖춘 보통의 만족감을 던져주는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최근 한국영화의 또다른 화두인 80년대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표현기법은 3D를 이용한,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영화는 다른 80년대에 대한 깊은 향수로 가득찬 최근 한국영화의 범상한 기류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즉, 기본골자는 안정성에 기인하되, 그안의 목조공사는 이색적인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공식을 창조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도는 분명 신선하다. 거짓말의 연출부에서 충무로 경력을 닦은 감독 조근식의 화법은 범상치 않다.
가벼운 와중에 신중함이 엿보이는 멋진 "기질"이 느껴지며 이야기전개법에서는 제3의화자의 입을 빌어 진행시키는 시도안에서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게 함으로서, 새로운 영상표현법에 이은 화법에 있어서의 새로운 시도또한 하고 있다. 80년대를 회상하는 감독 조근식의 시각은 사실 새롭지 않다. 최근 한국영화가 관심있어하는 80년대의 키치문화는 그시대를 공유해온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심정을 울리는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대를 바라보는 감독들의시각이 하나같이 "성"의 "성장 과정"에 있다는것과 대중문화의 기호차이에 있다는것에 있다. 조금은 다른 80년대를 관객이 보고싶어 한다는 사실은 80년대를 회상하는 요즘 감독들의동어반복에 새로울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과거는 새로울수 없다. 이미 본것이고 이미 느낀것이기에그렇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시각의 차이다. 80년대를 논함으로써 우리의 심정이 동요된다는 사실은 시대를 보낸 동지애이며 과거를 떠올리는 깊은 그리움이 생겨난다는것인데, 최근 80년대를 회상하는 한국영화들의 시각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다. 품행제로 또한 그범주를 뛰어넘지 못한채 주저앉고 만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향수는 집단 패싸움이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욕망, 그리고 연애담을 통해 쌓아지고 있다. 이것은 품행제로의 가장 깊은 딜레마로 자리한다. 감독의 표현기법은 감탄할만큼 새로운 것이지만 결국, 우리가 바라보는것은 2002년 현재와 다를것 없는 아이들의 연애담과 교내싸움 그리고 지나간 대중문화다. 또한, 만화적 표현기법과 군데 군데 보이는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은 충분히 매력적이나, 그에 반해 인물들의 진정성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데 대단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주인공 중필과 또다른 우두머리 상만과의 대결구도나, 미희와 중필의 연애담 그리고 그를 시기질투하며 끊임없이 방훼하려고 드는 나영의 인물구도는 그간 수도없이 우리가 바라봐온 "옛이야기"이다. 그런와중에서, 인물들의 진정성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면 쓸데없는 에피소드들의 가지치기와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보여진다. 왜 중필이 상만과 싸워야 하는지, 왜 그토록 나영이 중필에게 집착하여야 하는지, 모범생 미희가 왜 중필에게 쉽게 끌리는지 별반 납득이 쉽게가지 않는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에 논리가 적용되는것은 아니다. 그럴수 있겠다 싶은 자연스러운 상황은 드라마의 논리성을 훌쩍 뛰어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품행제로의 모든 캐릭터는 너무나 전형적인 날라리 혹은 모범생의 극단적 성향속에서 조금도 새로울것 없는 80년대를 회상하는 동어반복의 연장선상에 있을뿐, 한발 나아설만한 "성과"가 엿보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상업시장에 던져진 품행제로가 살아남기 위한 최대의 전략은 류승범이 연기하는 낯익은(캐릭터는 류승범의 전작들(영화와 드라마 모두 포함)과 무척 닮아있다.) 중필의 매력, 다른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이영화의 새로운 화법, 이 두가지로 집약된다. 물론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덧붙여,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는 그리 나쁠것은 없지만 지나온 그들의 캐릭터들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그 신선함이 부족하다. 류승범은 여전한 양아치자리의 왕으로 군림하길 원하고 있으며, 공효진은 여전히 짝사랑에 목말라 연적을 향해 독화살을 준비하고 있으며, 연약한 성냥팔이 소녀 임은경은 조금은 당차보이지만 여전히 붙박이장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건너오지 않은 새로운 강물을 건너보길 바란다. 그것은 세연기자의 진정한 팬으로써 건네는 내 작은 러브레터의 첫줄의 문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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