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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ra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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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6 오후 12:0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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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신현(조승우)은 자신이 죽인 시체를 시경으로 들고 와 자수합니다. 토막난 사체가 담당형사의 책상 위로 떨어지고 이제 신현은 감옥에 수감되어서 사형 선고만을 한없이 기다립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영화는 그러한 부분(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살인을 할 방법이라도 찾은 것일까요)에서 대해서는 구차하게 설명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1년후,신현의 범행수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여고생, 임산부의 시체가 발견되자 담당형사 미연(염정아)과 강(지진희)은 신현을 통해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고통들이 점점 그들을 조여오고 압박해 올뿐입니다 과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의 배후 조종자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배후조종자가 밝혀지는 순간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진실은 또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요?
6개월이 넘는 촬영기간, 신비스로운 제목 H(고도의 지능을 가진 연쇄살인범 현의 이니셜이자 사건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매혹적인 예고편, 그리고 극장가 최대성수기에 관객과 만나는 [H]는 그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스스로 무덤을 파고 싶었을까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너무나 서툴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할 연쇄살인마의 모습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범인을 만들어내게 했던 [텔미썸딩]에 비하면 [H]가 보여주는 단서들은 너무나 파격적이고 친절합니다. 하지만 그런 배려는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스릴러 영화가 가지지 말아야 할 단점들을 모두 모아 만든 그로테스크한 영화 [H]는 조금 더 치밀하고, 보여주어야 할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을 지어야만 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영화 [H]는 그것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못하고 적으로 만들뿐입니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시종일관 폼만 잡는 영화 [H]는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장점들을 모두 버려가면서까지 반전에 너무나 집착합니다. 모든 것이 겉돌고 있고 긴박감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H]의 이야기는 관객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졸음 본능만 깨어나라고 부축일 뿐이지요.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전(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을 조금 더 임팩트 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나 중반부 이후 축 늘어진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에는 힘이 너무나 딸렸습니다. 반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과 억지스러움은 그 어떤 영화에 감히 흉내내지 못할 지루함만 만들어낼 뿐이고요. 어디 그것뿐이던가요? 시체를 가장한 형사들과 귀여운 연쇄살인범의 피비린내 나는 두뇌싸움은 이 영화의 장르 자체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이지만 영화 [H]는 관객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괴상망측한 슬픔만을 생산해냅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공허하게 울리는 총소리 선과 악의 경계 마저 무너져버린 이 차디차고도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가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범인이 잡았다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일 또 다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런 사건 앞에서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숨겨야만 합니다. 또한 사건 자체만을 바라보고 범인과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벌려야 하겠지요. 우울하게 짝이 없는 영화의 결말은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듭니다. 비극적인 결말이 주는 공허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사건의 진짜 범인(범인은 잡히고,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이 누구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스릴러 영화가 기본으로 지내야 할 섬뜩함과 긴장감은 없고 영화 [H]는 한없이 우울하고 답답할 정도로 침침할 뿐입니다.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하는 밋밋한 반전, 어정쩡한 한국 사회에 대한 차디찬 비판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그저 흉내내기에 급급한 무늬만 스릴러인 [H]는 시도에 비해서 야심이 너무나 적었습니다.
사족
블레이크는 말했지요. "대립이 없으면 진보도 없다. 인력과 반발력,이성과 에네르기,사랑과 증오는 인간의 존재에 필요한 것이다. 이런 대립에서 종교가들의 선과 악이라고 하는 것이 태어난다. 선은 이성에 따른 수동적인 것이다. 악은 에네르기에서 생겨난 능동적인 것이다. 선은 천국이다. 악은 지옥이다"
[큐어],[최면]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아마 이 영화 동안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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