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의 이면, 그 역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 철저한 프로페셔널 스파이들의 냉혹한 생존 게임. 유쾌한 팝콘무비를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착 가라앉은 차가운 하드보일드에 깜짝 놀랐다.
압도적인 카리스마 샤를리즈 테론의 악전고투가 전부인 영화이다.
우아한 안무의 액션이 아니다. 총, 나이프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아니 몸 자체가 흉기인 살인기계들의 살갗이 터지고 뼈가 부러져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 날 것 그대로의 육탄전을 샤를리즈 테론이 소화한다. 제대로 된 액션은 남자배우의 나와바리라는 통념을 비웃듯이 그 어떤 누구보다 제대로 된 터프한 액션을 선사한다. 거기에 아카데미 주연상 홀더다운 연기가 더해지니 캐릭터의 매력이 끝장이다.
'악녀'의 김옥빈도 처절한 고난이 액션을 소화해냈지만 그녀는 아직 30대, 샤를리즈 테론은 무려 75년생이다. 이 쎈언니의 퍼포먼스를 보고 맷 데이먼은 반성해야 할 듯, 다음 '본' 시리즈가 가능하다면 훨씬 더 몸을 내던져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존윅1, 2의 감독이 연출한 영화인지 알았다. "역시 그랬구나!" 무릎이 탁 쳐졌다. 존윅 시리즈가 2010년대의 액션이라면, <아토믹 블론드>는 70, 80년대의 액션이다.
끝내주는 주인공의 끝내주는 액션을 끝내주는 스타일로 잡은 <아토믹 블론드>는 끝내주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다. 80년대 힛팝을 대거 소환한 오에스티도 영화의 스타일에 착착 달라붙는다. 아니 때로 스타일을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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