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첫번째 영화이다. 류승완은 장르영화 특히 액션영화에 탁월한 성과를 내며 진화해 온 감독이기에 애초에 그가 일제 강제 징용의 역사인 군함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다소 의아했다. 과연 류승완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혹은 놓칠) 것인가?
<군함도>에서 류승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군함도를 소재로 한 액션(전쟁) 영화를 찍었다. 일제 강제 징용의 비극적 역사를 차분하게 고증 재현하기 보다는 군함도 안에 인물과 사연을 넣고 뜨거운 드라마와 액션을 담기를 택했다. 아마도 류승완의 태도는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일제의 잔혹한 식민통치와 친일 부역자들의 만행, 그로 인한 우리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 이토록 참혹한데 어떻게 뜨거운 분노를 참을소냐? 그래서 군함도의 다양한 실제 기록을 토대로 새롭게 상상한 서사를 창조한 결과가 영화 <군함도>이지 싶다. 역사(적 사실)의 정밀한 재현보다는 그 역사가 주는 감정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녀석들'과 궤를 같이 한달까? 그렇게 군함도로부터의 대탈주 영화는 류승완의 역사로부터의 탈주로 완성된다.
생지옥을 연상시키는 오프닝의 지하 탄광씬은 군함도의 역사에 대해 영화적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지금의) 류승완의 최대치일 것이다.(현재의 그에게 군함도의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앞으로도 그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져 고개를 돌리고 싶게 만드는 오프닝은 올해의 명장면을 다툴 만 하다. 오프닝 장면은 라스트의 탈주신과 대조되며 탈주의 통쾌감을 극대화 시키는 기능 또한 담당한다.
내 생각으로 류승완은 여전히 습작 단계에 있다. 오리지널티보다는 그가 좋아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잔상에 기대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걸 잘 해내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재기 넘치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교양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낸 작품을 조금 더 빨리 보고 싶다.
<덧 1> 김수안은 진정 연기 천재다. 학습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본능적인 표현력이 무서울 정도이다. 대배우 황정민에 전혀 밀리지 않고 완벽한 케미를 만들어 낸다. 이정현의 열연도 소지섭의 갑빠도 김수안의 웃음과 눈물을 따라잡지 못했다.
<덧 2> 현재까지 올 여름 최대의 화제작 두 편이 모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상상한) 대탈주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덩케르크'의 놀란이 가능한 차갑게 드라이하게 역사를 재현하고자 한다면, 류승완의 <군함도>는 불같은 뜨거움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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