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본>은 다들 알다시피 폴 그린 그래스와 맷 데이먼이 다시 합친 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미 보여줄 건 다 보여준 본이 다시 돌아온 것은 역시나 정체성에 대한 뿌리, 바로 그 기억의 한 조각인 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아버지가 살해되는 것을 기억해낸 본은 그것이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야기는 전편들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 시리즈는 휼륭한 캐릭터와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액션장면들을 수도 없이 양산해내었다. 수많은 아류를 탄생시켰고, 라이벌(?)인 007시리즈에도 영향을 줬고, 작년에 대박을 터트린 <킹스맨>도 본 시리즈에 빚이 있다. 이번에도 눈을 호강시킨 액션장면들이 즐비하다. 솔직히 3편의 워터루 역 장면과 같이 기적적인 장면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첫 장면에선 그리스의 시위장면을 시작으로 본 시리즈의 시그니처를 보여주고, 일대일 대결에서의 멋진 사운드 편집도 여전하지만, 개인적으론 뱅상 카셀과 펼치는 카 체이싱이 최고였다. 엔딩부분에서 꽤 오랜 시간 등장하는 데 전혀 지루함 없이 라스베가스 도로를 활보한다.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또 다른 쾌감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캐릭터적인 면에선 이전 시리즈에서 인물만 바뀌었지 특별한 캐릭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역시나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배우이고, 이번 작품에서도 이후 시리즈가 이어나간다면 꼭 필요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다만 제이슨 본과의 케미는 이전에 조안 알렌과의 그것과는 아직 비교하긴 힘들 것 같다. 같이 등장한 장면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 다시 돌아온 본 시리즈는 2,3편처럼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007시리즈의 대단함을 역설적으로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초반 스파이물이 더 이상 매력이 없을 시절에 만들어낸 ‘본’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작품들에게 영향을 줬고, 시리즈 자체의 매력이 조금씩 떨어진다고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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