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순정>은 현존 최고의 인기 아이돌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와 10대 여배우의 선두 주자인 김소현의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순정>의 배경은 90년대 초반의 전라남도 고흥을 배경으로 다섯 소년 소녀의 풋풋한 모습과 성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구성은 현재 라디오DJ를 하고 있는 형준(박용우)이 자신의 첫 사랑에게 온 사연을 읽으면서 회상장면으로 넘어가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교차로 두 가지 시간의 상황을 보여준다. 90년대 회상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수옥(김소현)과 범실(도경수_현재의 형준)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 둘을 포함한 다섯 친구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90년대 초반의 여러 가지 문화에 대한 언급(특히나 라디오(별밤))으로 30대 중반 이상의 관객이라 추억을 돋게 만든다. 실제로 범실은 수옥을 위해 자그마한 라디오 부스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로 이들의 우정이 쌓여가지만 수옥에 대한 오해와 가족력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 한 수옥은 스스로 책망하게 된다. 아름답던 이들의 이야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 했던 친구들은 라디오의 이 사연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최근 유행인 복고의 연장선에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필두로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좋은 성과를 얻은 작품들도 꽤 많았다. 이 전 작품들과 조금 다르다면 공간적 배경일 것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다루는 시간적 배경은 같지만 이 작품은 좀 더 떨어진 바닷가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읍내로 나가는 장면이 한 번쯤은 있을 만 한데 그러지 않았다. 수옥의 상황을 고려하자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재를 제외한 90년 상황에서 아이들 중심의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져있다. 엔딩에서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이 전 작품과는 달라 보였다. 작년에 <스물>이 오랜만에 만나는 청춘물이었다면 올해는 <순정>이 그 뒤를 잇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연령대가 더 어려지고 배경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가뭄에 콩 나듯한 청춘물은 너무나 반갑다. 그리고 역시 청춘물은 배우의 힘이 크다. 20대 초반 배우 중 돋보이는 배우 중 하나가 도경수 인 것 같다. 시골 소년의 얼굴이 어울렸다는 것이 놀라웠고 사투리 연기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김소현도 마찬가지였다. 나이에 비해 조금 성숙한 느낌이 드는 것 사실이지만 여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그리고 이들을 받쳐주는 세 배우의 연기 좋았다. 특히 <시>를 통해 알게 된 이다윗은 살을 너무 많이 찌워서 첨엔 못 알아봤을 정도였는데 다섯 배우 중 시골 소년의 모습이 가장 잘 어울렸던 배우였고, 길자 역의 주다영과 함께 작품 전체가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가볍고 코믹한 역할을 잘해주었다. 청춘물이 너무나 반갑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이젠 80~90년대의 복고에 대한 피로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이문세 아저씨는 너무나 많이 나와서 현재 열심히 공연하고 있는 그가 묻힐 정도 이다. 유행이란 언제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거지만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배우들의 싱크로율과 그들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럽지 못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좋은 배우들이었는데 쉽게 소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청춘물이 조금만 더 제작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좋은 젊은 배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더라도 독립영화 쪽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들을 메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프로포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현재 20대 배우의 기근 상황을 보더라도 많은 젊은 배우들이 좋은 기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야 우리 영화계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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