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어둡다.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장르를 내세울 때부터 이 영화는 탁하고 어두울거 같았다.
실제로 본 영화는 굉장히 건조하고 탁했다.
이 영화에 어둠은 좋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살인자가 애인에게 와 불이 켜진 현관 등을 애써 끄게 만들며 어둠 속에 머문 것처럼
어둠이 주는 상징과 은유가 영화에서 많이 보인다.
끊임없이 빠져드는 블랙홀처럼 어둠속으로 우리는 빨려들어가는지도 모른다.
그게 사랑이든,
연민이든,
소유욕이든,
정욕이든...
우리는 누군가에게 빠지기를 기대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자신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있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 상대가 등장했을 때 과연 용기를 내어
그 블랙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상대임을 우리는 알아볼 수 있을까?
살인자의 블랙홀에 들어있는 애인과 살인자의 애인의 블랙홀에 빠질지 말지 고민하는 형사
어둠은 서로를 얽매이는 아픔일지도
자신의 인생을 흔들리게 하는 약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아픔이나 약점은 인생의 희망일 수 있기에
잔혹하리만치 그 블랙홀에 집중하는게 우리네 인간이지 않은가.
새로운 세상이 탄생할 거 같다는 희망, 이게 블랙홀의 매력 아닌가
지금과 다른 어떤 새 세상이 탄생할거 같은 희망을 품으며 블랙홀을 안지만
그 어둠은 더욱 더 짙게 내 몸에 박힌다.
희망의 블랙홀은 어느새 어둠끼리의 충돌이 되고,
그 충돌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빅뱅'이라는 화려한 불꽃이 되고 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상처내는 '살인'이라는 빅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무뢰한
멋대로 남의 블랙홀에 들어와 빅뱅으로 나의 블랙홀을 사라지게 만들어
그 희망조차 꺾어버리며 세상을 놓게 만들어 버린 자에게 어울리는 표현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