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겨울잠인지 모르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지금 눈이 덮였는지, 해가 떴는지, 진흙이 덮였는지 알지 못한다. 그 밑에서 보지 않고 자고 있으니...
그런 나에게 누군가 돌을 던졌다. 깨어진 유리창처럼 내가 알던 세상에 파문이 일어나고, 드디어 나는 창 밖의 세계를 눈에 담게 된다.
이제 보인다.
나를 덮고 있던 눈과 진흙은 녹아 질척거린다. 질척거리는 느낌 그대로 나의 삶도 질척거린다.
그렇게 깨어진 창 틈으로 올라가는 아지랑이가 보인다. 나를 뒤덮던 그 무엇을 넘어서며 ... 영화의 시작에서 길인 듯 길이 아닌 듯 걸어가는 주인공 옆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말이다.
이제 나는 보지 못했던 세계가 보인다. 내가 애써 감추고 싶었던 나 자신 본연의 모습, 애써 감추려했던... 내가 포장하고 싶었던 그 가면들 속의 민낯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을 바라보며 민낯들을 여행하고 싶지만 인간이기에 나는 졸리다.
그들을 가로 막는 내 이성이라는 벽, 통제할 수 있다는 교만함, 가진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력, 내 것이라는 소유욕, .... 이것들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그것들에 묶인 나를 놓기가 어렵다.
그렇게 여행은 끝이 난다. 저 너머로 여행하는 그들을 동경하여 호텔의 사장이 됐지만 호텔이라는 공간을 넘지 못하며 그 안에서 자위하며 홀로 다시 잠에 든다.
인간이기에 아지랑이는 다시 눈이 되어 두껍게 나를 다시 덮는다. 세상은 다시 구분된다. 검은 코트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저 하얀 눈으로...
나에게 별 5개의 영화 '윈터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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