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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억지스럽게 느껴지거나 둘 중 하나일 스릴러 악의 연대기
jojoys 2015-05-17 오후 4:24:15 19665   [2]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전형성과 반전 강박에 관한 호불호가 작품에 대한 호불호로까지 이어질 스릴러

15세 관람가 / 102분 / 백운학 감독 /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개인적인 평점 : 5.5점

 

    다들 즐거운 일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어제(16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악의 연대기>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ㅎ

 

    지난 2003년, 스릴러 영화 <튜브>로 장편 연출 데뷔를 하신 백운학 감독님의 12년만에 연출작(각본도 직접 쓰셨네요. ^^) <악의 연대기>는 40억 전후의 제작비(손익분기점 170만명)가 투입된 작품인데요. 그동안 연출이 예정되었던 작품들이 매번 제작 직전에 무산되는 바람에 데뷔작 이후 무려 12년 만에야 자신의 두 번째 영화를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되신 백운학 감독님께서는 이번 <악의 연대기>에게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쏟아부으셨다고 전해지고 있죠.

 

    백운학 감독님의 그러한 노력을 관객들도 알아준 것인지, <악의 연대기>는 지난 14일, 11만4,533명의 오프닝데이 스코어를 기록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후 어제(16일)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58만9,165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엄청난 입소문 버프를 받고 하루가 다르게 흥행에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간신히 1위를 지키는 처지에 놓여있기도 한데요.

 

■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게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악의 연대기>

()는 전일대비 관객 증감율입니다.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자, 그럼 과연 전 <악의 연대기>를 어떻게 보고 왔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게 된 대한민국 최고 경찰관의 이야기

 

줄거리 2014년 5월 21일.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경찰관으로 집중 조명 받고 있는 강남경찰서 최창식(손현주) 반장은 주원일(정원중) 서장으로부터 곧 있을 진급심사에서 틀림없이 진급이 될 테니 몸가짐을 조심히 하라는 언질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날 밤, 부하 형사들과 기분 좋게 회식을 마친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최창식 반장은 "니가 죽어야 내가 살아!!"라고 외치며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택시기사와 몸싸움을 벌이다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자신의 진급을 위해 택시와 살해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를 인멸한 채 집으로 귀가하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분명 살해 현장인 우면산 근린공원 공터에 있어야 할 택시기사의 시체가 22일 아침 강남경찰서 맞은편 공사 현장에 있는 크레인에 매달린 채 발견되게 되는데요. 과연,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엽기적인 일을 벌이는 것이며, 또 최창식 반장은 왜 이 엽기적인 사건에 엮이게 된 것일까요?

 

★ <악의 연대기> 예고편 

 

    일반적으로 스릴러 영화는 촬영, 음악, 액션, 특수효과 등을 통해 서스펜스를 유발하거나,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와 플롯, 복선과 반전 등을 통해 두뇌유희를 벌이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요. (물론, 두 가지 모두 결합된 스릴러 영화들도 많지만 그런 영화들의 경우에도 둘 중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기 마련이죠. ㅎ)

 

    그런 의미에서 <악의 연대기>는 치밀하게 계산된 복선과 반전을 통해 두뇌유희를 벌이는 스릴러로 분류될 수 있을만한 작품이었는데요. 다만, <악의 연대기>가 선사해주는 두뇌유희가 워낙에 전형적인 데다가 한국 스릴러 특유의 반전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 때문에 호불호는 꽤나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였지만 말이에요. ^^;;

손현주씨의 연기력은 역시나 명불허전!!

 

    치밀하게 계산된 복선과 반전을 통한 두뇌유희 외에도 <악의 연대기>는 극 중에서 팀의 막내인 차동재(박서준) 형사에게 "극단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범죄에서, 상황에 따라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강력반)야."라고 말하는 최창식 반장의 말마따나, 범죄를 저지른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는데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궁지에 몰린 최창식 반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신 손현주씨가 계셨죠. ^^

 

    24년의 연기 인생 동안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에서부터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살인병기,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이코패스와 처절하게 맞서 싸우는 평범한 가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들을 매번 훌륭하게 소화해내시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아오신 손현주씨는 이번 <악의 연대기>에서도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최창식 반장과 완벽하게 동화된 메소드 연기를 펼쳐 보여주고 계셨는데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직후 양심과 야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최반장의 모습에서부터 수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더 자신을 옥죄여 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초조해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한 광기어린 모습에 이르기까지 손현주씨는 러닝 타임 내내 '최창식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손현주'가 아닌 '살인자 최창식' 그 자체로써의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계셨거든요. ㅎㅎ

전형성과 반전 강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악의 연대기>는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1999년에 벌어진 사설 도박장 12명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는 한 사내와 그의 어린 아들의 모습과 함께 "나는 살인마의 아들이었다"라는 나래이션을 노출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과연, 누가 15년 전의 그 아이일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으로 두뇌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악의 연대기>는 러닝 타임 내내 치밀하게 계산된 단서와 복선 그리고 반전을 통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죠. 그리고 <악의 연대기>의 그러한 노력은 분명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을 만큼의 흡입력과 장르적 재미를 지니고 있었구요. ^^

 

    하지만 <악의 연대기>의 바로 그 치밀하게 짜여진 서사는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많았던게 사실이었는데요. 촘촘하게 맞물린 단서와 복선, 반전을 위해 러닝 타임 내내 작위적 설정을 거듭하고 있었던 <악의 연대기>는 영화 후반부의 반전을 통해 영화 내내 거듭되었던 작위성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한방에 관객들을 설득하고자 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억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했던 탓에 필연적으로 <악의 연대기>에 대한 온도차는 관객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더라구요. ^^;;

 

    개인적으로는 <악의 연대기>가 러닝 타임 내내 쏟아내고 있었던 단서와 복선들이 너무나 친절했던 까닭에 관객들이 너무 일찍 사건의 전말을 눈치챌 가능성이 높게끔 작품의 얼개를 짜놓은 점이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졌었는데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만책을 영화 곳곳에 삽입시켜놓고 있긴 했지만, 이 또한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오히려 작품의 작위성만을 배가시키는 역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보였구요. 하지만 손현주씨를 비롯해 마동석, 박서준, 최다니엘, 정원중씨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출연하시는 배우분들이 워낙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계셨던 덕분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점은 분명 <악의 연대기>가 지닌 확실한 강점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한국 스릴러 영화 특유의 전형성과 반전 강박을 관객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았던 <악의 연대기>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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