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머리로 이해는 되는데, 가슴으로 공감하지는 못했던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94분
임권택 감독 /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전혜진, 연우진.. / 개인적인 평점 : 7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목요일(9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임권택 감독님의 102번째 연출작 <화장> 이야기를 해볼께요. ^^
■ 임권택 감독님의 주요 연출작
김훈 작가님의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작 '화장'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임권택 감독님의 <화장>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50대 남성이라는 시눕만 봤을 때는, 얼핏 지난 2011년에 개봉했던 <은교>가 연상되기도 하는 작품인데요. 과연, 제가 극장에서 직접 만나본 <화장>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은주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오장석 상무의 이야기
줄거리 화장품 회사인 에들레이드 그린의 홍보 마케팅 상무인 오장석(안성기)은 업계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남자인데요. 남들이 보기에는 부와 명예 그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장석이지만, 사실 그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 탓에 소변 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니는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뇌종양 수술을 앞둔 아내 정진경(김호정)을 간호하느라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처지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홍보팀의 새로운 실무 책임자로 채용된 추은주(김규리) 대리와 만나게 된 장석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겉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데요. 뜻밖의 순간, 뜻밖의 상대에게 품게 된 장석의 연정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화장>의 포스터만 자세히 보셔도 다들 아시겠지만 '화장'이라는 제목은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밈'이라는 뜻의 화장(化粧)과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 지냄'이라는 뜻의 화장(火葬), 이 두 가지의 뜻을 중의적으로 내포하고 있는데요. 즉, <화장>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젊음과 늙음',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삶과 죽음'이 동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닌 서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라는 내용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는 작품이죠. 그렇게 임권택 감독님께서는 제목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의 주제를 러닝타임 내내 묵직한 사유를 통해 그려내고 계시더라구요. ^^
아름다움과 추함, 젊음과 늙음,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진지하고 묵직한 고찰
앞서 간단히 말씀드렸듯이 <화장>은 뇌종양으로 인해 죽음을 목전에 둔 아내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은주 사이에서 고뇌하는 장석을 통해 '아름다움과 추함', '젊음과 추함',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묵직한 사유들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이처럼 <화장>은 아내 진경과 은주, 이렇게 두 여자 사이에서 고뇌하며 고통받는 장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긴 하지만, 이를 노골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삼각관계로 그려내기보다는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관찰자적 시점에서 묵묵히 관조함으로써 보다 더 큰 여운과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해주는 작품이더라구요. ^^
장석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닌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내'와 결혼해, 아내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대학원까지 졸업한 후, 화장품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홍보마케팅 전문가로써 높은 사회적 성취를 이뤘지만, 그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두 번째 뇌종양 수술을 앞둔 아내,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딸과 사위에 대한 지원,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불편한 몸 등 무엇 하나 평안하지가 않는데요. 그렇게 삶의 고단함을 매일 밤 쓴 소주 한 잔으로 겨우 달래가며 간신히 버텨내던 장석은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은주'를 만나게 되었지만, 은주의 사랑을 갈구하기엔 병든 아내에 대한 의무감과 종아리에 찬 소변 봉투가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질 뿐이죠.
은주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인데요. 소비자협회장의 안하무인격의 갑질 앞에서도 전혀 위축됨 없이 맞서지만, 정작 장석의 질책 한 마디에 억장이 무너져내려 옴짝달싹하지도 못 할 정도로 그녀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석에게 마음이 쏠리고 말죠. 그리고 은주는 자신의 이런 마음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데요. '풍성하고 중후한 맛'이 느껴져서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와인을 "상무님께 더 잘 어울리는 술이에요."라며 회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장석에게 선물하고, 장석이 먼저 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회식도 중간에 빠지는가 하면, 나중에는 자신의 결혼식 당일 신랑의 옛 여자친구가 결혼식장에 왔다는 것을 핑계 삼아 곧장 파혼을 선언한 채 장석의 주위를 계속 맴돌죠.
그리고 장석의 아내 진경은 장석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 보리를 통해 달래온 가여운 여인인데요. 뇌종양으로 인해 배변 조절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실례를 할 때마다 장석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울먹이지만, 막상 장석이 은주에게 받은 와인을 보자마자 다른 여자의 존재를 직감하고는 질투에 불타올라 장석을 거세게 다그치기도 하죠.
이렇듯 <화장>은 장석, 은주, 진경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작위적인 연출을 통해 극적인 갈등을 그려내기보다는 그들의 모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관조함으로써, 그들의 고뇌를 다분히 현실적이면서도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그런 이유로 내러티브의 고저가 거의 없는 <화장>이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굉장히 따분하고 지겹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러닝타임 내내 진하게 묻어 나오고 있었던 임권택 감독님의 깊은 연륜이 느껴져서 꽤나 좋더라구요. ^^
공감까지 할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ㅠ.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의 짧디 짧은 연륜으로 인해 작품 속 인물들의 고뇌가 빤히 눈에 보이고 또 머릿속으로 충분히 이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던 점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큰 아쉬움으로 남았는데요. 영화의 특성상, 작품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재미와 감동의 크기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죠. 아무래도 <화장>이 5,60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일천한 연륜을 지닌 저로써는 그들의 고통을 헤아려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은데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5,60대 관객분들께서는 <화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격한 공감을 느끼시며 커다란 여운과 감동을 느끼실 수 있으시지 않을까 싶네요. ^^
안성기씨를 비롯해 김호정씨, 김규리씨 등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임권택 감독님의 연륜이 만나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화장>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할께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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