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사랑이 쉬워 보입니까? ★★★☆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조금 용감한 워킹타이틀표 로맨스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주인공이 스티븐 호킹이란 장애를 앓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라고 해도,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죠. 영화로 다루어지는 사랑은 비슷한 점이 있으니깐요.
실화로 보면 제인은 스티븐 호킹이 장애가 있고, 사실상 시한부 인생임을 알면서 결혼했고, 20년 만(!)에 이혼합니다. 그리고는 둘 모두 재혼했다가 스티븐 호킹은 두 번째 이혼을 하죠. 영화를 보기 전에 한국 제목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로맨스 영화의 전형적인 결말을 생각한다면, 둘의 이혼을 다루지 않은 선에서 매듭짓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둘의 이혼과 이후 각자 다른 사람과의 결혼생활까지를 짧게나마 다루며 끝을 냅니다. 이건 좀 용감했다고 인정해야 할 부분이죠. 결말에 대해 좀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판타지를 보고 싶었는데 냉혹한 현실을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싶네요. 둘이 영원히(!)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갔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만은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거나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죠. 사랑은 영원할지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꼭 한 사람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통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당사자의 고통 못지않게 옆에서 지켜보고 수발들어야 하는 사람의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더 심할 수도 있죠. “긴병에 효자 없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거 아닐까요? 그나마 그 고통의 시한이 대충이라도 정해져 있으면 견딜 수 있을 텐데 고통이 계속 이어지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끔찍하죠. 여기에서 엉뚱하게 <미스트>의 결말이 떠오릅니다. 겨우겨우 견뎌내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 포기해 버리죠.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포기하는 순간이 그 끔찍한 현실의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을 알아 버립니다. 이게 더 끔찍하죠. 어쨌거나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치료법도 없이 죽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게 된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인 와일드의 사랑은 위대한 거 아닐까요?
그런데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냉혹한 현실을 떠올리게는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원작이 된 제인 와일드의 <Travelling to Infinity: The True Story behind The Theory of Everything>(한국 출판명 <사랑의 대한 모든 것>)을 안 봐서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래도 둘의 관계를 가급적 좋고 아름답고 예쁘게 묘사한 거 아닐까 하는 느낌적 느낌을 받습니다. 현실은 아마도(!) 병수발에 지친 아내와 자신의 죽어가는 몸에 절망한 남편 사이에 흐르는 그 절망들이 지배한 나날들이 많았을 것이고, 고성이 오가고, 히스테릭한 반응과 화해의 반복이 이어졌겠죠. 그러면서 서서히 지쳐가구요. 영화는 이 모든 걸 부드럽게 뭉뚱그려 흐릿하게 보여줍니다. 심지어 제인와 조나단의 하룻밤도 모호하게 삭제해 버리죠.
그런 식의 표현이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면 아마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리고 제목도 다르게 붙여져야 할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끝으로 에디 레드메인의 경이로운 육체에 찬사를.
※ 영화에선 설명이 나오지 않는데 스티븐 호킹의 휠체어에 컴퓨터를 설치해 준 사람이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의 남편이라고 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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