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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열한시
ldk209 2013-12-04 오전 11:18:33 716   [2]

 

나사 하나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

 

※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결말 등 주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석(정재영)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중력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시간여행의 성공확률이 높은 지역까지 찾아낸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이 지역의 소유주인 러시아인을 설득, 투자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자, 러시아 과학자들은 철수하고, 한국 과학자들에게도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자 우석은 영은(김옥빈)과 함께 시험 비행을 강행한다. 당시까지 가능한 시간 여행은 24시간 뒤의 미래에 15분 동안 머무르는 것. 그곳에서 우석과 영은이 발견한 건, 화재와 폭발로 폐허가 된 연구소. 둘이 미래에서 가져온 CCTV 파일에는 연구원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장면들이 담겨져 있다. 대체 2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물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이과도 아닌 내가 시간여행과 관련한 과학적 지식으로 아는 것이라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고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것 정도다. 여기에서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백 투 더 퓨쳐>처럼 미래로 가서 나이 든 나를 본다든가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자연적 수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주선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수록(광속이 되면 질량이 0이 되므로 이것도 불가능) 우주선 안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려지기 때문에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1년 동안 우주여행을 하고 왔더니 지구는 100년이 지나 있다는 정도.

 

그러므로 시간여행을 다룬 SF영화에서 과학적 완결성을 찾으려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나 코미디가 아닌 많은 SF영화들이 시간여행에 대한 나름 그럴듯한 설명들을 하고는 한다. <열한시>에서 제시한 근거는 웜홀이다. 어째서 정확하게 24시간 후의 내일로 15분 동안만 다녀올 수 있는지 영화 속 설명을 들어봐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열한시>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시간여행이 만든 순환구조도 나름 흥미롭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열한시>는 영화를 보는 내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짜증을 유발하는 영화였다. 대체 김현석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맞나?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까란 의문.

 

사실 너무 흠이 많이 영화는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지곤 한다. 아니 아마 말하기 싫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SF가 아니라 스릴러 영화라고 부르는 게 마땅한 <열한시>는 많은 한국 스릴러 영화처럼 등장인물들의 아이큐를 확 낮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런데 <열한시> 등장인물들은 타임머신을 발명할 정도의 천재들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그리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게 행동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미래에서 가져온 CCTV에 살인을 저지르는 대원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심지어 그가 범행을 벌이는 시간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얘기도 꺼내지 않고 그저 방관한다. 왜? 그 사건이 일어나야 하니깐.

 

CCTV에 담겨져 있는 다른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일어날 일과 시간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피하려는 노력 따윈 하지 않는다. 별로 그렇게 급박해 보이지도 않는데(급박한 상황인데 영화를 보면 전혀 급박한 상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만 집단으로 무슨 최면에 걸렸는지 우왕좌왕하는데, 이는 마치 CCTV에 나온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여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기까지 했다. 우석과 영은이 미래에 다녀온 다음에 열린 회의에서 아무런 언급조차 되지 않던 비상 탈출선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건 왜인가? 이런 기본적 정보는 사전에 제공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설마하니 3년 동안 기지에서 생활한 대원들이 그 탈출선의 정체를 모두 까맣게 잊어버릴 리는 만무하고 말이다.

 

아무리 근 미래라고는 해도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첨단 기지의 이모저모가 첨단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눈에 거슬리기는 해도, 이 정도가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는 게 오히려 이 영화의 문제일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하나같이 딱딱하다.(정재영은 역할 스타일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전작을 통해 김현석 감독이 연기지도에 능한 연출 스타일은 아니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철민이란 배우를 계속 저런 식으로 소비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 인물들의 심리를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려 한 건 그렇다 치지만, 영화의 뒤에 길게 이어지는 에필로그는 대체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그 에필로그로 인해 그나마 이 영화가 가지고 있던 작은 장점들조차 사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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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2013, AM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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