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건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폴 그린그래스.. ★★★★
베테랑 선장 리처드 필립스(톰 행크스)는 구호물자를 실은 앨러배마호를 이끌고 소말리아 인근을 지나던 중 해적의 공격을 받는다. 선장의 재빠른 상황판단으로 배가 피랍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지만, 필립스 선장은 납치되어 해적 4명과 함께 구명보트로 소말리아로 향하게 된다. 이 사건이 방송을 타고 미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면서 필립스 선장 구출은 미 해군의 가장 중요한 작전으로 부상하게 되고, 최정예 네이비실 요원들이 소말리아 해안으로 급파되기에 이른다.
<캡틴 필립스>는 2009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당했던 미국 국적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러니깐 이는 논픽션드라마로 자신의 연출 경력을 시작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의 영화인 것이다. <블러디 선데이> <플라이트 93>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나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의 액션 스릴러 영화에서나 공히 확인되는 건 바로 그 생생한 현장감이다.
<캡틴 필립스> 역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다른 영화가 그러하듯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화면을 잘게 쪼개 이어 붙인 편집, 그리고 음악이 주는 현장감과 긴장감은 누가 뭐래도 ‘역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구나’라는 경탄을 낳게 한다. 관객을 조였다 풀어놨다 다시 조였다 풀어 놓는 듯 하다가 한 순간에 절정으로 치닫는 호흡은 말 그대로 감독의 높은 경지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액션영화인 <캡틴 필립스>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일방적인 선과 악의 대결로만 이야기를 몰고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마 한국에서 <아덴만의 여명>을 영화로 만든다고 할 때(그런 이야기가 들리고는 있는데), 과연 소말리아 해적을 <캡틴 필립스>에서처럼 살아있는 인간, 아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그리겠느냐 하는 점이다. 뭐 뻔히 연상되는 장면들이 있다. 이런 영화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장면들.
물론, 이 영화는 대중적 재미를 통해 흥행을 노리는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소말리아의 착한 어부들이 왜 해적이 되어야 했는지 그 원인을 파고드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깊게 할 만한 성격의 영화도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원조 참 좋아하지. 대형 어선으로 우리의 고기를 싹쓸이해서 굶게 만들어 놓고는”이라는 해적의 아주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말 한마디라도 피상적으로나마 관객에게 소말리아 사태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건 최소한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감독이 그저 영화의 오락적 소재로만 다루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영화가 결말로 나아갈수록 가급적 좋게 해결되어 누구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관객의 마음에 들게 만드는 것 또한 단순히 장르적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일 것이다.
※ 톰 행크스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더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소말리아 해적 두목역을 연기한 배우였다. 이 영화가 처음 배우로 출연한 작품이라고.
※ 네이비실 대장 역으로 나오는 배우가 눈에 많이 익는다 했더니 <퍼시릭 림>에 허크 한센역으로 출연했던 맥스 마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