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행을 부르다 -
맘먹고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
‘훌쩍’ 떠나는 여행과 ‘맘먹고’ 떠나는 여행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전자가 소위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유로운(우리 모두가 매일 꿈꾸지요) 여행인 경우가 많다면,
후자는 누구나가 말리는 ‘미쳤냐’ 혹은 ‘괜찮겠어?’의 반응이 따라오는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누구나 평생 꼭 한번은 떠나고 싶은 ‘맘먹고’ 떠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지요.
물론 힘들고, 고단하지만 자신과 겨뤄보는, 또 진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
지금 당장은 힘들다면 영화로 워밍업을 해보세요.
떠나는 이유도, 떠나는 곳도 참 가지각색인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며 당신의 진짜 여행을 그려보세요.
야생으로 떠나는 무전여행 – 인투 더 와일드(2007)
감독 숀 펜 | 출연 에밀 허쉬, 빈스 본, 캐서린 키너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청춘은 때로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서 용감하기도 합니다.
1992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것도 있는 집 자식이었던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전 재산 2만4천불을 빈민구호단체에 모두 기부하고 여행을 떠납니다.
‘물질문명은 모두 허상’이라고 생각했던 이 이상주의자는 가족과의 연락도 끊은 채,
배낭 하나 메고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미련 없이 들어가지요.
최종 목적지는 알래스카, 그것도 무전여행입니다
귀공자 스타일의 주인공의 외모가 점점 야생적으로 변해가는 모습 또한 볼거리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세상의 질서에 적응하고, 자연에 감탄하며,
히피족, 집시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감을 나누지요.
돈이 떨어지면 농장에서 일을 하고, 집시 소녀(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여기서 정말 매력적이지요)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갑니다.
얼굴엔 고단함이 묻어나고, 때론 자연에 무지해 고충에 빠지기도 하지요.
과연 그는 목적지인 알래스카에 무사히 도착했을까요?
주목할 만한 것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의 마지막은 꽤 충격적입니다.
그리고 인간, 자연, 삶, 모험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요.
어쩌면 영화를 본 후 그 답을 찾기 위해 배낭을 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순례길로 향할까 - 더 웨이(2010)
감독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 출연 마틴 쉰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20대의 젊음도 아니요, 딱히 세상이 궁금할 것 같지도 않은 60대 의사가 2개월의 도보여행 길에 오릅니다.
박사학위를 밟던 전도유망한 아들이 프랑스 피레네 산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에 이르는
순례길에 오른 첫날, 사고로 사망하기 때문이지요.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러 간 아버지는 아들의 장비를 건네받고는
아들이 가고자 했던 그 길을 대신 걷기로 결심합니다.
‘학교에서는 세상을 못 배운다’며 학업을 중단하고 순례길에 나선 아들은 무엇을 보려 했던 것일까요?
아버지는 먹먹한 가슴으로 아들의 유해를 뿌리며 걷고 또 걷습니다.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여행지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웃음과 감동으로 미리 만날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겠지만 본디 길은 사람들 사이의 주선자 역할을 하지요.
목적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과 무리를 이루며 그의 순례길은 색다른 국면을 맞게 되지요.
유럽배낭여행이 대학생들의 로망이라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이 들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번잡함을 다 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삶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것만 같은 치유의 길이랄까요.
사실 크게 변하는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걷고 또 걸으며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지 않던가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멋진 풍광이 담담하게 펼쳐지는 ‘더 웨이’를 보고 나면
버킷리스트 한 줄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면? – 원 위크 (2008)
감독 마이클 맥고완 | 출연 조슈아 잭슨, 리앤 발라반, 캠벨 스코트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더 웨이’와 비슷한듯 다른 느낌의 ‘원 위크’도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산티아고가 아닌 캐나다를,
걸음이 아니라 오토바이로 돌아보는 영화인데요.
인생 최고의 순간,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여러분은 무엇부터 하고 싶으신가요?
막연한 ‘내일’을 위해 꾹꾹 참아왔던 욕망들을 한껏 풀어놓지 않을까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평범한 교사 벤은 오토바이부터 구입합니다.
그리고 토론토부터 밴쿠버까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대장정을 결심하지요.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행. 오토바이와 함께한 대륙 횡단이라면 후회 없지 않을까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는 풍경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캐나다관광청 홍보영화’로 회자될 만큼 캐나다의 빼어난 경관을 시원하게 보여주기에
자연의 경이와 생명이 더욱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가장 짜릿한 모험은 마지막인줄 알고 도전하는 그 모든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겁먹고 주저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지요.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거늘,
이 단순한 이치를 순간순간 새기고 살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그려보게 하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
결정적으로 캐나다 여행에 대한 욕망을 불끈 샘솟게 하는(항공권 예약 사이트를 어슬렁거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원 위크’와 함께 꿈같은 캐나다 여행에 함께해보세요.
황당한 공약, 그리고 걷는다 – 577프로젝트(2012)
감독 이근우 | 출연 공효진, 하정우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여행, 그것도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를 걸어서 가는 국토대장정의 이유가
이렇게 황당할 수 있는 걸까요.
배우 하정우의 시상식 공약으로 얼떨결에(아니 어쩔 수 없이) 시작된 국토대장정.
그 황당한 공약이행을 신인 감독이 발 빠르게 연출한 영화가 ‘577프로젝트’입니다.
배우 공효진까지 끌어들인(!) 국토대장정은 이 외에 무명 그리고 신인 배우들까지 합세하여
사람 냄새 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풍광보다는 사람들끼리의 복작거림이 영화의 포인트인 것이지요.
‘함께’ 긴 여행을 하다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또 짐이 될 때가 있지요.
철없는 어른들의 패기 가득한 국토대장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인데요.
어디를 걷느냐보다 누구와 걷느냐가 더 중요할까요? 확실한 건 우리나라의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라는 거죠.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늘 고속도로의 빠른 길만 찾아다니던 우리에게
새삼 ‘발걸음’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많이 생겨났지요.
지도위에 자신의 걸음을 ‘점’이 아닌 ‘선’으로 이어볼 때의 쾌감, 느껴보셨나요.
이 땅과 진짜 하나가 되는 기분, 그것은 걸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요.
전국곳곳의 걷기 좋은 길, 이 가을에 놓치지 마세요.
(영화 여행을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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