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품위가 있다.. ★★★★
<일대종사>의 주인공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유명한 엽문(양조위)이다. 영화는 엽문의 이야기에 가공의 인물인 궁이(장쯔이)와 팔극권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 일선천(장첸)의 이야기를 파편처럼 던져 놓는다. 그렇다. 파편이다. 양가위 감독의 영화들이 대게 그러하듯 <일대종사>도 한 편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라든가 통일된 내러티브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특히 엽문과 궁이의 인연에 비해 일선천은 영화에서 빠져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되어 있다. 오히려 일선천이 영화에 들어와 있는 게 어색할 지경이다.
대신 양가위는 역시 그의 스타일대로 이미지, 영상의 힘으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당연하게도 핵심은 액션이다. 어쩌면 도입부의 인상적인 무술장면 하나로 모든 게 설명이 가능할지 모른다.(또는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궁이의 복수신) 처음부터 이런 연출과 촬영을 구상한 것인지, 아니면 무술에 능하지 않은 양조위에 맞춰 변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술 장면의 연출은 하나같이 근접거리에서의 클로즈업과 빠르기보다는 우아함에, 직접적인 타격감보다는 그 타격이 다른 사물에 미치는 충격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술 장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품위야 말로 <일대종사>의 가장 큰 특징이며, 엽위신 감독, 견자단 주연의 <엽문> 시리즈가 이미 있는 상황에 뒤늦게 왕가위가 엽문을 주인공으로 하는 무술 영화를 만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엽문과 궁이, 둘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애달픔은 <일대종사>의 또 다른 이미지를 구축한다. 대체 왜 부드러운 이미지의 양조위를 무술고수 엽문 역에 캐스팅했나 했더니 궁이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그 아련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엽문의 얘기로 열고 닫는 <일대종사>엔 이처럼 되새겨봄직한 수려한 언어들이 말 그대로 영화를 수놓고 있다.(물론 가끔은 간질거린다는 느낌도 들지만) 궁가 64수의 가장 최고수가 ‘돌아보는 것’이라든가 궁이의 아버지가 얘기하는 ‘무술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천지, 마지막으로 중생을 보는 것’이라는 얘기 역시 마찬가지인데, 영화는 이를 단지 말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영상으로 표현함으로서 시각적 쾌락을 안겨준다. 아마도 엽문의 뒤돌아보는 장면이 많이 보이는 것도 이런 차원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캐스팅 역시 참 좋은데, 나로선 장쯔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끔 장쯔이가 얼마나 아름다운 배우인지 잊어버리곤 하는데, <일대종사>는 그런 기억을 끄집어내 확실하게 각인시킨 영화였다. 아.. 장쯔이...
※ ‘무술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천지, 마지막으로 중생을 보는 것’, 이 얘기는 마치 한국 정치인들에게 해주는 얘기인 것 같다.
※ 송혜교는 참 아름다운데, 비중이 적다. 그리고 언어의 문제 때문인지 대사도 거의 없다.
※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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