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도둑들’이 있었다면 올해는 ‘관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충무로 대박 캐스팅의 계보 말이지요. 송강호, 백윤식,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그리고 이종석까지.
관록과 개성, 핫 트렌드까지 두루 갖춘 신의 캐스팅이 따로 없는데요.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또한 흥미롭습니다.
수양대군과 김종서 사이에 낀 관상쟁이. 이들이 조선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까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시대는 조선이요, 소재는 관상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세종의 둘째아들 수양대군(이정재)과 그의 조카 단종, 그리고 단종을 지키려는 김종서(백윤식)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의 역사 속에 한양 최고의 관상쟁이(송강호)가 끼어든 것이지요.
어떤 능력이든 권력과 결탁되면 무서운 피바람을 일으키는 법,
더욱이 조선의 왕권이 그 중심에 있다면 이야기는 더 힘 있게 질주하겠지요.
걸출한 배우들의 화학작용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안타 이상을 치던 한재림 감독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재림했네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뿐인가요. ‘연애의 목적’으로 찌질하면서도 발칙한 연애의 속내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우아한 세계’를 통해서는 남자 그리고 가장의 고군분투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한재림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기도 하지요.
대박 캐스팅으로 ‘잘 꿴 보배’를 만들었을지, 아니면 화려함으로만 그치고 말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간의 저력이라면 전자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연 배우 여섯, 캐릭터로 관상을 읽다
영화 ‘관상’의 재미 포인트는 두말 할 것 없이 생김을 보고 사람을 읽어내는 관상이겠지요.
‘관상(觀相)’을 지식백과로 검색하면 ‘상을 보아 운명재수를 판단하여 미래에 닥쳐올 흉사를 예방하고
복을 부르려는 점법(占法)의 하나’로 풀이되는데요. 남모르는 누군가가 속내를 읽어내고 내일까지 예측하는 것은 사주든, 타로든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내일을 점친다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죠.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작년 개봉한 ‘점쟁이들’이나 올해 초 개봉한 ‘박수건달’도 ‘관상’과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지요.
역사들 뒤흔들 조선시대 관상가를 다루었으니 ‘관상’은 꽤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대신 ‘여섯 주연 배우들의 관상에 대한 믿거나 말거나 캐릭터 예고편으로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너무 짧은 게 좀 아쉽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만의 관상풀이를 한번 해보았습니다.
배우가 가진 얼굴에서 삶을 읽어냈다기보다는 각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공통점을 통해
배우들의 관상을 역으로 엮어본 것이지요.
그렇게 탄생한 제멋대로 관상! 관상 공부 전혀 해본 적 없으니 묻거나 따지면 아니 됩니다. ^^
구렁이상 송강호 : 허술한 듯 보여도 높은 자리에 오르는 상
넓은 얼굴은 허술해 보이기 쉬우나 단단하게 솟은 광대가 이를 잡아주고,
눈매 또한 또렷하여 결코 만만히 볼 상이 아니다.
돌발적인 면이 강하나 두뇌회전이 빠르고 단단한 체격이 받쳐주어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큰일을 해낼 상이다.
허술한 듯 보여도 나름 엘리트에 대업까지 이루는 큰 인물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놈놈놈’ 속 윤태구: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한 놈’이 확실하지만
잡초 같은 생명력, 결정적 순간 빛을 발하는 판단력으로 결국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된다.
• ‘의형제’ 속 한규: 대한민국 대표 엘리트로 꼽히는 국정원 요원이다.
파면된 후 허술한 동네 아저씨로 변한 듯 하지만 목표 앞에서는 날선 촉을 잃지 않는다.
만만히 보았다가는 뒤통수 호되게 맞는다.
• ‘설국열차’ 속 남궁민수: 마약에 절어 감옥신세까지 졌지만 그가 윌포드 야심작의
보안설계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마도 이공계 최고의 엘리트였을 그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빛나지 않던가.
호랑이상 백윤식 : 상대를 꿰뚫어 보는 스승상
쌍꺼풀이 진하면서도 강한 눈매를 가져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콧대가 높고 곧은 것으로 보아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명망이 높을 상이다. 단, 입술에는 비밀이 많다.
진중해도, 철이 없어도, 가난해도 스승의 위엄은 잃지 않는 강력한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범죄의 재구성’ 속 김선생: 사기꾼계의 대부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신비주의 전략을 자주 구사하지만 지나친 비밀은 독이 될 때도 있다.
• ‘천하장사 마돈나’ 속 씨름감독: 피서 복장으로 모래판에 등장하는 감독이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묘한 카리스마는 부정할 수 없다.
• ‘싸움의 기술’ 속 무술고수: 쭈쭈바를 물고 있어도 스승의 광채가 난다.
최고의 고수이지만 은둔을 통해 신비감까지 높인다.
• ‘타짜’ 속 편경장: 무술 고수에 이어 전설의 타짜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승의 정석을 선보이고야 만다.
이리상 이정재 : 강해보이나 두려움이 많아 유혹이 많은 상
눈썹이 솟아 있고 눈매가 강렬해 겉으로 뿜어지는 에너지는 강하나, 눈매가 아래로 쳐지고
하관이 갸름하고 또 입술이 작아 내면은 여성적인 면이 많고 두려움도 많다.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상이다.
욕망은 가득하나 두려움이 많고 쉽게 흔들리는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태양은 없다’ 속 홍기: 흥신소에서 일하며 겉멋은 잔뜩 들고, 힘깨나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이 쥐는 것은 없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만 계속된다.
• ‘도둑들’ 속 뽀빠이: 남성미는 흐르나 신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 언제나 한탕만을 쫒을 것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 ‘신세계’ 속 자성: 조직 속에 침투된 잠입 경찰의 임무에 늘 고민하고 흔들린다.
나름 조직의 2인자 자리이건만 왠지 숨어서 울지는 않을까.
고양이상 김혜수 : 시원한 이목구비로 배포가 큰 상
둥근 얼굴에 고양이 눈이 만났으니 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릴 상이다.
이목구비가 사내 못지않게 뚜렷해 도전정신이 강하고 대장부 못지않은 배포를 기대해도 좋다.
남자들 사이에서 판을 벌이며 세를 더욱 키우는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YMCA 야구단’ 속 신여성: 조선시대에 야구를 하는 신여성이라니.
거기다 남성들을 모아 야구단을 꾸리는 여성이라니. 이만한 배포와 인맥관리, 쉽지 않다.
• ‘타짜’ 속 정마담: 바닥까지 떨어지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도박판에서 절대 쫄지 않고
설계자로 이름을 날리는 정마담. 그녀는 자타공인 도박판의 꽃일 수밖에 없다.
• ‘도둑들’ 속 펩시: 능력자들을 한데 모으는 재주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예쁘다’보다는 ‘멋지다’는 수식이 먼저 와 닿는 몇 안 되는 여자 관상이다.
너구리상 조정석 : 울듯 말듯 속을 알 수 없는 상
일자형 눈썹에 일자로 찢어진 눈은 좀처럼 속을 알기 어렵고, 들린 코와 광대로 보아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에 쉽게 휩쓸릴 상이다. 재수생에 완벽 빙의한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시 현실을 인정하고
환경을 현명하게 받아들여 성공한 케이스다.
억울해 보이지만 환경 적응력만큼은 뛰어난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황새상 이종석 : 유약해 보이나 욕망이 강한 상
하관이 좁아 유약해보이나 눈썹이 짙고 눈코입이 모두 뚜렷해 명예가 따를 상이다.
목소리가 높고 가늘다면 그 힘이 멀리 미치지 못하지만 낮고 굵은 편이라면 약한 하관을 보완해
오래 힘을 뻗칠 수 있다. 고운 얼굴이지만 ‘리턴투베이스’의 전투기 조종사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고운 선 안에 숨겨진 단단한 중심 덕분이다.
약해보이지만 속이 단단해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관상.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관상' 캐릭터영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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