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의 로맨스를 담은 무협 느와르.
느와르라고 하기에 미안한 것은 당시 무술은 그들의 언어였고,
사상이었으며,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무협을 입은 느와르임에 틀림없다.
어두운 뒷골목과 비극적 암투는 어디에나 있었고,
느와르는 그러한 인생의 단면을 극대화시킨 것.
이연걸의 엽문은 없었다. 엽문이 있었다.
의천도룡기와 같은 수많은 시리즈 무협으로 만났던 양조위의 액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송혜교도 반가웠지만 장쯔이의 아름다움의 무게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패배를 몰랐던 엽문에게 가장 큰 난적은 생활이었다.
그렇게 생활고 앞에 작아지고, 때로 여인에게 마음이 흔들렸으며,
의미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했던 엽문의 민낯은 평범한 인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대종사란 무술 문파에서 한 시대에 나오기 힘든 위업을 달성한 위대한 스승에게 붙여지는 이름이다.
왕가위 감독은 일대종사라 불려졌던 엽문의 인생을 통해 또 하나의 화양연화를 표현했다.
이는 평범하고 고단한 인생들의 어깨에 걸쳐 준 하나의 위로다.
일대종사의 인생도 너희와 다르지 않았어,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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