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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가 없는 비주얼은 한계가 있다'는 명제의 좋은 반례 퍼시픽 림
fkdk0809 2013-07-18 오후 10:43:24 11639   [1]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이즈에 전율하라!' 바로 <퍼시픽 림>의 국내 홍보 문구입니다.(미국도 혹시 같은 문구일까 싶어서 봤더니 'go big or go extinct'{커지거나, 멸종되거나}, 'to fight monsters, we created monsters'{괴물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괴물을 만들었다}라는 다른 문구이던...) 그런데 이런 비슷한 문구, 이미 어디서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15년전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에서 'Size Does Matter'(문제는 사이즈다.) 문구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이 <고질라>도 그렇고, 그 외 '사이즈'와 '스케일'로 승부하는 영화 대부분은 비주얼 이외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뇌리에서 금방 잊혀지게 되었고, 심지어 일부는 흥행까지 망해버리고 말았는데요. 특히 저는 <트랜스포머>도 그렇고 최근 <맨 오브 스틸>까지 '비주얼'로 승부를 건 영화들 대부분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거대한 사이즈를 선보였던 예고편을 보고도 (호기심은 생겼지만) 사실 이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왕십리 아이맥스까지 가서 이 영화를 챙겨본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나온 '이 영화는 무조건 아이맥스에서 봐야한다!'라는 많은 평론가들의 극찬이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였죠. 사실 그가 연출하거나 제작한 모든 영화를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종종 접한 그의 영화들에서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물론 애초에 이 영화에서 그런 매력이 온전히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감독 이름값은 충분히 하겠지...'라는 자그마한(?)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챙겨본 <퍼시픽 림>,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봤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캐릭터와 그들을 활용해나가는 과정는 영화에 상당히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설정부터가 워낙 전형적인데다가, 이 전형적인 캐릭터들로 전형적인 관계조차 온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들에게 온전히 감정이입을 하고, 애정을 가지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키쿠치 린코'가 맡은 '마코 모리'입니다. 영화의 여자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캐릭터의 설정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때문에 드리프트를 온전히 해내지 못하는 캐릭터, 결국 영화가 진행됨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데요. 그런데 실전연습때까지도 강하게 표출되었던 이런 트라우마가 실전에 투입되자마자 갑자기 해결되어버리니 보는 저로서는 조금 황당했습니다. 게다가 남자주인공과의 러브라인도 뜬끔없이 시작해서 뜬끔없이 진행되는 느낌이 강하죠. (영화를 보신 분들 중 일부 분들은 '키쿠치 린코'의 연기를 지적하시던데, 제가 보기엔 '키쿠치 린코'가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애초의 캐릭터가 워낙 잘 빠지지 못했던 탓이 커보입니다.) 하여튼 영화의 캐릭터가 이렇게 기본적인 역할조차 제대로 못해주는 바람에 스토리도 힘이 조금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너무 전개가 갑작스럽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존재하고, 앞뒤가 딱딱 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죠.

 


 그런데 이런 강력한 단점들이 존재함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없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정말 열광하면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 이유는 극강의 사이즈와 비주얼, 이 모든 것이 영화의 모든 단점을 커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그동안 블록버스터에 흔하게 등장했던 현란한 움직임과 엄청난 물량공세(그리고 미군...)같은 요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액션이 둘이 합쳐서 겨우 10 대(아니 개...?) 조금 넘게 나오는 거대로봇 '예거'와 거대괴수 '카이주'의 1대1싸움인데요. 그런데 이 예거와 카이주가 주는 흥분과 즐거움이 정말 대단합니다.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 흐르면서 형제 파일럿이 '집시 데인져'라는 예거에 올라타고 바다에 출몰한 카이주와 싸우는 오프닝부터 왠지 모를 두근거림과 심상치 않은 느낌이 오기 시작하더니,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 홍콩 액션 시퀀스가 시작하면서부터 영화에 끝에 이르기까지 아예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예거와 카이주, 둘만으로도 그렇게 크던 아이맥스 스크린을 꽉 채우면서 바다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액션들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 '경이롭다' 이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더군요. 한 방 한 방 묵직하고도 강력한 임팩트와 타격감, 그리고 그렇게 크던 유조선까지 한낱 무기로 사용해버리는 압도적인 사이즈, '더이상 로봇영화에서 보여줄 것이 남았나?'하는 제 생각을 깔아 뭉게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로봇에 관한 로망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던 저조차 이런 흥분과 열광에 빠지게 만들었는데, 로봇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차신 분들이 보시면 얼마나 열광하실 지도 눈에 보이더군요.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나름 내린 결론이 '좋은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비주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나니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그 결론의 거의 유일한 예외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인터뷰(http://www.extmovie.com/xe/index.php?document_srl=2015375&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mid=movietalk)를 읽어보면 이미 속편에 대한 구상을 마치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흥행이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꼭 감독님의 바람대로 속편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예거를 이대로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쉬워요ㅠㅠ

 

+ 이렇게 되면 걱정되는 한 영화, <트랜스포머 4>...


++ 알고 보니까 '델 토로'가 엄청난 일본 덕후더군요. 괜히 이런 영화가 나온게 아니었어...


+++ 무조건 저음 빵빵하고, 스크린 엄청 큰 극장에서 보세요!

 

++++ 제목 이상하게 짤리네요. 본의 아니게 낚시를...ㅎㅎ;;


+++++ 사진은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총 0명 참여)
sjcgogo
완전 공감 입니다~~   
2013-07-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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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2013, Pacific Rim)
제작사 : Legendary Picture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pacific-r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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