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휘'. '임달화' 주연의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감시자들>은 사실 그렇게 많은 분들의 기대를 받는 작품은 아니였습니다. 포스터, 예고편, 그리고 캐스팅까지 '<은밀하게 위대하게>-<맨 오브 스틸>-<월드 워 Z>-<퍼시픽 림>-<미스터 고>로 이어지는 대형 작품들 사이 틈새 시장(?)을 노리는 평범한 스릴러', 그 이상의 느낌을 전달해주기는 무리였는데요. 이런 상황은 기자시사회 이후로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기자시사회 일정이 다소 일찍 잡혀있는 것을 보고 '영화 완성도에 꽤 자신있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찰나, 시사회 후 평론가와 블로거 분들의 엄청난 호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영화팬들을 단번에 큰 기대감 속으로 몰아넣어버렸죠. 그리고 꽤 오랜 기다림끝에 드디어 보게 된 영화는 갑자기 생긴 큰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훌륭했네요.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훌륭한 부분은 바로 영화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하나없이 깔끔함,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는 불필요한 로맨스나 인물들의 사연에 꽤 많은 시간과 장면을 허비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와 '비밀에 싸여있는 악당'이라는 매력적인 곁가지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필요한 이야기들은 모두 제거해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시팀이 '그림자' 일당을 쫓고 감시하는 과정만을 뚝심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지루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긴장감 있는 연출과 편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리듬과 속도감 자체가 워낙 훌륭한 데다가 사이사이 유머도 적절히 포함시켜놓고 있어서 반복되는 감시와 추격만으로도 12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효과적으로 끌고 가고 있음은 물론이고, 도저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었죠.
또한 이 영화의 또 다른 핵심적인 요소인 '팀플레이'도 영화의 재미에 한 몫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스릴러 영화는 도둑들의 범죄 과정을 다룬 '하이스트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거의 한 명, 혹은 두 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힘만으로 범죄자를 쫓고 잡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과는 조금 다르게 감시팀을 중심으로 해서 본부-통제팀-검거팀까지 이어지는 팀플레이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시팀원들이 서로 교대하면서 목표 대상을 확인하고 추적하는 모습, 그리고 '그림자'와 그 일당을 검거하기 위해 본부-감시팀-통제팀-검거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과 같이 그러한 팀플레이와 팀워크가 극대화되는 장면들을 보게 됨으로써 받는 짜릿함은 꽤 강력합니다. 마치 미국 수사 드라마나 <미션 임파서블 4>와 같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설경구와 한효주, 이 투톱배우의 힘이 약하지는 않습니다. 두 분 모두 본인이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으며, 특히 한효주는 지금까지 본인이 주로 맡았던 귀엽고 러블리한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물론 그런 모습이 약간은 등장하기 합니다.)인 '꽃돼지' 역을 맡아 또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정우성이었습니다. 그는 냉철한 킬러이자 범죄자인 악역 '그림자'('제임스'라는 이름이 있기는 한데, 제 기억으론 영화속에서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역을 맡아 별 대사 없이 눈빛과 분위기 만으로 극 중 인물들과 극장 속 모든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부 장면에서는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엄청났던 악역, '칸'이 떠오를 정도로 섬뜻하고 살떨리기도 했죠. 사실 정우성이라는 배우에게 거는 기대치가 그리 크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이상'을 넘어서 '압도적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근래 한국 영화에서 이만큼 강력하고 임팩트있는 악역이 존재했었나 싶네요.
영화를 보면서 <감시자들>이 한 편의 영화로 끝나기는 아깝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일단 소재가 매력적이고, 캐릭터가 잘 구축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인데요. 제 생각을 영화가 읽었는지 영화의 마지막에 속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더군요. 물론 사실상 팬서비스에 가까운 장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과연 <감시자들>이 새로운 한국 스릴러 프랜차이즈 영화로 자리를 잡을 지, 향후 그 귀추가 정말로 궁금하네요.
+ 제발 속편 내주세요...ㅠㅠ
++ 아직도 머릿속에는 정우성이 남기고 간 임팩트가...
+++ 사진은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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