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수라는 이름보다 배우로서의 이름이 더욱 익숙한 제니퍼 로페즈의 신작인 [이너프]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변신을 시도함으로써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한 느낌의 제니퍼 로페즈를 보게되는 그런 영화이다.가수로서 봐왔던 관능적인 느낌이나 [웨딩 플래너]이 여성스럽고 푼수끼 넘치는 캐릭터등 출연하는 영화들마다 색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녀가 이번에는 딸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다.많이 생소하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너프] 속 제니퍼 로페즈는 지금까지 배우로서의 경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었다.무엇보다 여자로서,엄마로서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장르적 특성상 치밀한 연기력을 필요로 함에도 한치의 부족함 없이 그런 캐릭터를 표현해낸 것이다.
영화는 초반 30여분 가량동안 한 행복한 부부의 만남과 사랑,결혼,ㄱ리고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모습을 너무도 예쁘게 보여주고 있다.마치 짧막한 단편 가정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의 이 장면들은 영화 후반에 가서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이너프]는 상당히 급격한 변화로 가득찬 영화이다.앞에서 말한 초반 30분의 행복한 가정은 그 이후로 급격한 상황변화를 겪게 된다.남편의 외도와 그런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는 부인,그리고 지금까지 알지 못한 남편의 광적인 집착과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단숨에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돌변하게 된다.정말 사랑하는 딸과 남편,멋진 집을 가진 행복한 여자 '슬림'은 어느날 남편에게 걸려온 호출을 통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그리고 그런 남편을 추궁하지만 남편은 너무도 냉담하고,그런 남편을 추궁하는 '슬림'에게 폭력까지 행사한다.그리고 남편에게서 탈출하려는 '슬림'을 집요하게 구속하고 감시하는 남편의 모습은 광적인 집착증에 가깝다.다소 뻔한 줄거리와 스릴러적 요소에도 관객이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느끼는 이유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는 점과 제니퍼 로페즈의 예상치 못한 연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런 점은 급격한 상황변화에도 당황스럽거나 부자연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든다.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부인과 사랑이 아닌 집착과 소유욕으로 딸과 부인을 감시하고 쫒는 남편이란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남편은 '슬림'의 일거수 일투족과 주변 친구,가족들마저도 감시하고 추적한다.그리고 그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고 부인이 어느 곳으로 도망가던지 찾아낸다.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슬림'의 모습은 언제나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그런 상황을 모르는 딸 '그레이시'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그런 불안감을 더욱 자극시킨다.[이너프]는 마치 쫒고 쫒기는 범인과 형사가 등장하는 영화같은 느낌이다.그렇지만 그런 영화들과는 달리 그런 긴박감 속에 모성애와 가족애를 풍김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슬림'에게 동정을 호소하기도 한다.아마도 여성들은 [이너프] 속 '슬림'이란 캐릭터에게서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거나 마음 속으로 응원을 하게 될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너프]의 '슬림'을 연기한 제니퍼 로페즈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만족스러운 변신에 성공했다.영화를 보면서 다소 어색함을 느꼈던 관객들도 영화를 보는내내 차쯤 '슬림'이란 캐릭터 와 제니퍼 로페즈의 모습에 빠지게 될것이다.남편에게서 벗어나 딸과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슬림'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는 것이다.어느 영화에서나 그렇듯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배우의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이런 점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이너프]를 통해서 확실한 연기변신에 성공한 것이다.그리고 [이너프]의 색다른 구성 또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행복한 가정과 그런 가정이 하루 아침에 깨지고,로맨틱하고 따뜻한 남편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시점부터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서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마치 스릴러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이너프]도 그런 관객들의 구미를 적절하게 맞춰 가고 있다.모든 상황들이 예상밖으로 전개되어 가고,생각치 못한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져 나감으로써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너프]는 제목처럼 "충분한" 그런 영화다.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제니퍼 로페즈의 진지한 연기와 색다른 모습의 줄거리는 지금까지 가져왔던 헐리웃식 스릴러의 진부함을 깨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양파를 까는것처럼 하나둘씩 새롭게 변화하는 구성은 영화를 보는내내 호기심과 흥미진진함으로 화면에 집중하게끔 한다. 지금까지 딱딱하고 틀에 박힌 스릴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가족애와 여성으로서의 감정선에 중점을 둔 [이너프]는 확실하게 색다른 맛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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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넘 길어요...ㅠ.ㅠ
2002-11-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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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2002, Enough)
제작사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