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지도, 수긍이 가지도 않는 이야기... ★★★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하 <오즈>)은 1900년에 출간되어 그 동안 영화,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알려져 온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일종의 프리퀄이다. 하긴, 마녀들이 사는 환상의 나라에 평범한 인간이 마법사라며 사기를 치고 있다니 좀 이상할 만도 했다. 샘 레이미는 영화 <오즈>에서 어떻게 해서 이 마법사가 오즈에 살게 되었는지 그 전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인상적인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고전적인 4:3 비율의 흑백영상으로 현실 세계를 다루다가 오즈(제임스 프랭코)가 열기구를 타고 오즈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칼라영상으로 바뀐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바람둥이인 오즈는 어느 날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마법의 땅 오즈에 도착한다. 오즈는 자신이 오즈를 구원할 예언자라고 믿는 사람들을 속여 황금을 차지하려고 하지만, 나쁜 마녀를 물리치고 왕이 되어야만 황금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원숭이, 도자기 소녀와 함께 나쁜 마녀를 물리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오즈는 자매인 녹색 마녀 에바노라(레이첼 바이스)와 빨간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그리고 하얀 마녀 글린다(미셸 윌리엄스) 중 나쁜 마녀를 찾아내 오즈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도대체 소재의 한계 때문인지, 헐리웃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고전 동화의 영화화를 보다보면 “이제 그만!”이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브라이언 싱어, 샘 레이미 감독마저 이 여정에 동참하다니. 팀 버튼과 동화는 나름 기대되는 조합이기는 했다. 물론 결과는 아니올씨다였지만. 만약 샘 레이미가 만든 동화가 19금으로 나왔다면 ‘우와, 동화에 호러를 결합했구나’라며 반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중견 감독들이 다들 동화의 재해석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아마 자신의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고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동화의 세계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왔으니 다들 원래의 자기 세계로 돌아와 주기를.(설마 2편을 만들지는 않겠지?) 샘 레이미는 호러,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으로.
아무튼 영화 <오즈>의 비주얼 하나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나무에 앉아있던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은 한 마디로 환상 그 자체다. 3D 효과도 좋아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반적인 인상은 귀엽다 정도. 나는 원숭이나 도자기 인형이 귀여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데 일조한다.
그런데 결국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어야 할 이야기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3D 효과로 커버하기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술하고 딱히 내세울만한 게 없다. 일단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이 굳이 필요한지부터 동의하기 어려운데, 고작 이 정도의 이야기를 보고 ‘아 이랬구나’라며 수긍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억지로 원작과 연결시키려는 노력보다 차라리 독립적인 별개의 이야기로 다뤘다면 좀 더 자유로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프리퀄이 아닌 <오즈의 마법사>를 리메이크하는 게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똑같은 얘기를 해도 보여줄 건 많아졌고 다양해졌을 테니깐 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샘 레이미 감독이 있을 나라는 오즈가 아니라 호러의 세계다.
※ 원작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착한 마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름이 같으므로.
※ 나로선 좋아하는 여배우 세 명이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게 이 영화의 최고 장점. '밀라 쿠니스 얼굴 돌려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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