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통쾌 쌈박하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선 보여주지도 관심도 없다. 영화는 이미 좀비들의 세상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우선 뛰어난 심장 능력으로 잘 그리고 오래 뛰어야 한다. 좀비들을 없앨 때는 확실하게 확인사살을 해야 하고, 차량에 탐승하기 전엔 꼭 뒷좌석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 밖에 영웅이 되려고 해선 안 되고 등등의 가이드가 제시된다.
너무 당연한 상식 같지만, 좀비영화를 보라. 대부분의 피해자는 상식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좀비들의 습격 속에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 물론, <좀비랜드>의 진정한 재미는 영화가(라기 보다 내레이션의 주인공인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제시하는 상식을 지키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다. 결국 위치타(엠마 스톤)를 구하기 위해 영웅처럼 나서야 했던 콜럼버스처럼 말이다.
<좀비랜드>는 2009년 미국 개봉 당시 슬리퍼 히트를 기록했던 작품으로, 당시에 소문이 꽤 파다하게 났던 영화인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DVD 시장으로 직행해야 했다. 어쩌면 소문과는 달리 먹을 것 없는 잔칫상일지도 또는 한국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며 DVD가 나오면 봐야지 했다가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 유쾌 화끈 통쾌 쌈박 재밌는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던 게지?” 영화를 보고 나서 치밀어 오르는 의문과 분노가 나를 감싼다. 소수의 살아남은 자들의 구성을 보라. 사기꾼 자매, 왕따 소년, 미치광이 남자라니. 게다가 이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사회적으로 스스로 배제된 인간들이다. 다른 좀비영화에선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루저들만이 살아남아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어깨를 내어주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은 성장영화로서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유머다. 영화는 처음부터 유머를 동반한 좀비사냥의 향연을 보여준다. 끔찍한 장면도 나오지만 유머감각은 끔찍함조차 재미로 승화시켜버린다. 특히 빌 머레이가 등장하는 장면이야말로 압권이다. 동일한 캐스팅으로 속편이 제작된다고 하는 데, 제발 속편은 극장에서 개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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