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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질서의 외곽에서 정의를 추구하다... ★★★☆
한가로운 도심의 강변에서 6발의 총성과 함께 시민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치 무차별적 사격으로 보이는 총기 사건의 범인은 현장의 지문과 CCTV에 찍힌 차량 등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쉽게 검거된다. 범인은 이라크에서 비슷한 총기 사건을 저지른 바 있는 제임스 바. 하지만 용의자는 진술을 거부하고 잭 리처를 데려달라는 요구만을 한다. 전직 군 수사관으로 2년째 행방이 묘연한 잭 리처(톰 크루즈)가 스스로 경찰 앞에 나타나고, 제임스 바의 변호사인 헬렌(로자먼드 파이크)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해 나간다.
영화 <잭 리처>는 리 차일드가 발표한 잭 리처가 주인공인 17편의 소설 중 9편인 <원 샷>을 각색한 것이라 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원작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굳이 지금에 와서 원작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는 않지만, 원작에서의 잭 리처는 키가 2m에 가까운 거구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원작 팬들은 톰 크루즈가 캐스팅된 것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반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아주 그럴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 <잭 리처>는 분명히 말하자면, 기대하는 게 뭔지에 따라 꽤 실망할 수 있는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 그것도 양쪽에서 모두. 무슨 말이냐면,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같은 화끈하면서도 장쾌한 액션의 쾌감을 바라는 관객이거나 또는 아주 치밀한 추리를 바라는 관객 모두에게 어딘가 조금씩 부족하다 싶은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포지션이 실망을 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만족을 줄 수도 있다. 나에게 어느 쪽이냐 묻는다면 ‘꽤 만족한 편이다’라고 답하겠다. 액션으로 보자면, 마구 몰아치는 액션의 쾌감 대신 <잭 리처>가 선사하는 건 리얼한 액션이 주는 둔탁한 타격감이다. 실제 뼈가 부러지고 맞은 사람은 아프겠다는 느낌이 생생하다. 중후반부 길게 이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의 스피드감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를 선사하며, 유머감각도 좋은 편이다.
사건의 해결로 가는 과정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편이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부터 사로잡힌 용의자가 실제 범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범인이 원하는 건 용의자의 처벌인 것인가? 아니면 용의자는 단지 이용만 되었을 뿐이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가? 잭 리처는 육체적 능력만이 아니라 뛰어난 집중력과 관찰력, 빠른 두뇌회전을 무기로 사건에 숨겨진 진술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데, 그 길은 멀리뛰기가 아니라 계단 오르기의 과정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의 캐릭터인데, 지적 능력과 육체적 능력이 거의 최고 수준에서 결합한 완벽 캐릭터임에도 은근한 유머감각과 함께 법과 질서의 테두리보다는 그 외곽 또는 경계선에서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인공이 주는 매력 또한 대단하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시리즈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 영화 후반부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에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 묘하게 겹쳐서 떠올랐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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