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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칸영화제]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 ‘시’를 본다는 것
jh12299 2012-10-17 오전 11:17:10 1156   [0]

이창동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시’

 

이 평을 보고 있노라니 ,,

그동안 수많은 평들 리뷰를 봐왔지만,, 참 깊은생각을 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이 영화 정말 보고싶어졌음~!!!

 

 

 

이창동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 별점은 다섯개로는 부족!

 

오늘 이야기 할 영화는 2010년 제63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에 빛나는 ‘시’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이구요^^

 

칸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님과 배우들이에요~

 

드디어(?) 19禁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자, 뒤늦게 접하게 된 영화가 바로 ‘박하사탕’이었습니다.

저의 눈물을 쏙 빼놓으며 ‘박하사탕’은 진한 여운과 함께 마음 속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저는 단박에 이창동 감독님의 팬이 되었지요. ♡♡♡

 

어떤 분들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처하는 힘든 상황과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씁쓸하고 보다가 심적으로 지쳐서 싫다고 해요.

 

개그 프로그램 코너 명처럼 ‘불편한 진실’인거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화두를 끊임없이 제기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

 

이창동 감독의 연출작 포스터. 다들 들어 보셨을만한 영화들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작인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을 섭렵하고

오매불망 그 분의 영화를 기다리고 있던 저는, 2010년 어느 날,

제목부터 ‘나란 영화 좀 예술적이니까 도전해봐!’라며 유혹하는 포스터의 강렬한 이끌림에

작은 동네 영화관을 찾습니다.

 

그리고 139분 뒤, 저의 최고의 영화는 바로 이 영화, ‘시’로 바뀌어 있었죠.

 

‘시’ 포스터에요~

자, 이제 별점 ★★★★★으로도 부족한 영화 ‘시’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화사한 스카프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꽃만 바라보고 앉아있어도

배가 불러서 밥 안 먹어도 된다는 66세 미자.

 

그녀는 딸이 맡겨놓은 손자 욱(종욱)이와 함께 살면서,

파출부 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들으며 시를 쓰려던 어느 날,

여중생 자살 사건의 가해자가 자신의 손자임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 ‘시’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을 축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미자가 시를 쓰기 위해 간절히 노력하는 과정,

다른 하나는 욱이의 합의금 오백만원을 마련하는 과정이지요.

 

“선생님, 어떻게 해야 시를 쓸 수 있어요?”

 

미자는 끊임없이 시상을 얻고자 주위의 사물들을 들여다보고, 시 낭송회를 찾아가고,

어떻게 해야 시를 쓸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호하기만 하고

시를 쓰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비행을 저질러 놓고도 욱이의 모습은 평소와 같이 TV를 켜놓고 킬킬대며 밥을 먹고,

동네 꼬맹이들과 훌라후프를 하며 놀고, 오락실을 가는 등 죄책감이라곤 없어 보입니다.

미자는 “왜 그랬어? 왜 그랬어?”라며 절규에 가까운 물음을 던져보지만, 아이는 묵묵부답입니다.

아무리 키보드를 눌러도 기묘한 파장의 화면이 사라지지 않고 거친 음성의 노래가 커지기만 했던

욱이의 컴퓨터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소통을 할 수 없는 ‘다음 세대’인 것이지요.

 

묵묵부답 말이 없는 욱이. 미자와 욱이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그러나 미자는 더 이상 욱이를 탓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음 생(다음 세대)를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짊어 지고 희생할 뿐이죠.

마치, 떨어진 살구를 보고 쓴 미자의 메모처럼요.
 

「살구는 스스로 땅에 몸을 던진다. 깨여지고 발핀다. 다음 생을 위해」

 

그러나, 미자는 욱이의 할머니로만 남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경계를 해체하죠.

 

여중생의 어머니와 빨리 합의하여 ‘사건’을 ‘해결’할 궁리만 하는

다른 학생들의 아버지들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에게 피해자는 자신의 아이들의 인생이 달린 불미스러운 사건의, 더이상 알고 싶지 않은,

운 나쁜 피해자A일 뿐이죠.

 

그러나 미자는 피해자의 위령미사에 가고, 학교에 찾아가 사건이 일어났을

자연과학 실습실을 들여다보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자살 장소인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 봅니다.

 

그러면서 미자는 홀로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딸,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던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린

시골 아낙의 딸, 위령미사에 참석한 또래 여중생들의 소중한 친구,

햇빛 따뜻한 오후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그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하교를 했어야 하는 여학생,

꽃과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꿈이 많았을 소녀 ‘박희진’을 들여다 본 것이지요.

 

시 강좌 첫날, 시인은 말합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잘 봐야 돼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보는 거에요”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에요.”

 

피해자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시를 써야 한다는 미자의 절박함과 맞물리면서,

미자는 욱이의 할머니라는 개체성에서 벗어나 피해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공감하는 모성으로서,

그리고 피해자가 끝내 살아내지 못한 생기 넘치던 소녀 시절을 지나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겪어낸 여인으로서, 시인 미자의 시는 완성되어 갑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미자가 ‘진짜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과연, 미자는 어떤 시를 썼을 까요? 완성된 시는 영화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

영화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평화로운 가을 오후,

햇빛에 반짝이는 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비춘 뒤, 저 멀리서 떠내려 온 여중생 시체의

풀어헤친 머리 위로 ‘시’라는 타이틀이 나타나며 시작합니다.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 매복해 있다가 불연 듯 비극적인 사건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시 강좌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

이 일상의 삶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겁니다.”

 

미자를 바꾼 시간들. 시 강좌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시를 쓰기 위해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미자에게 현실을 가혹하기만 합니다.

욱이의 일이 그러하고, 미자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도 그러하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일을 하던 아낙에게 “이런 데 걷는 것만도 축복이다, 싶더라구요”라고

감상을 늘어놓았던 그 순간, 자신이 이 곳에 온 이유조차 잊었다는 사실,

그 아낙이 피해자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삶에는 아름다움과 비극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수강생들은 저마다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말하게 됩니다.

그 순간들이란,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 어렵게 얻은 아이를 낳던 순간,

겨우 얻은 임대아파트로 입주했던 순간, 봄의 나뭇잎 색,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어

린 시절의 기억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름다웠던 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이루어지기 힘들었기에,

 또한 지나가버릴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쯤 되니, 삶의 비극성이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행복한 순간’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그 역시 의미가 통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행복의 순간은 거창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시인은 말합니다. 

“분명한 거는 내 주변에 있다는 거야. 멀리 있지 않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

거기서 (시상을) 얻는 거에요. 내가 얘기했죠? 설거지통 속에도 시가 있다고…….”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갖기가 어려운 거죠. 시를 쓰는 마음!”

 

행복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소박하고 따뜻한 그 어떤 마음의 상태를 느꼈던 순간들이죠. 지금 여러분이 계신 자리,

비록 삶이 ‘설거지통 속’ 같은 시리고 어지러운 비극에 처한 상황일지라도

시/아름다움/행복은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기에 비극적 사건과 생의 기억조차 지워버리는 병에 직면한 미자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영화를 통해 햇살에 반짝이며 춤추는 나무 그림자, 조용한 운동장의 아이들이 공차는 소리,

새소리,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산의 녹음, 강물의 반짝임,

땅에 떨어진 살구의 단맛에서도 순간 순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답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든 행복이든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얻어야’ 하는 것인데,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인 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갖기가 어려운 거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미자가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는 씬이 가장 뭉클했다고 합니다.

는 시나리오를 읽다가도 지하철에서 눈물이 ㅠ.ㅠ

 

영화를 여러 번 보니, 나중에는 이 장면이 <초록물고기>에서 막동이가

“큰 성~”하며 통화를 하던 장면과 오버랩 되며 묘한 여운이 남더라구요.

 

감독님이 생각한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란 무엇인지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내용은 직접 영화에서 확인하세요^^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

시상을 얻으려고 사과를 들여다보다가 미자는 말합니다. 

 

“사과는 역시 보는 것보다 깎아 먹는 거야.”

 

영화에서처럼 ‘사과는 역시 보는 것보다 깎아먹는 것’이라는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시’를 전면에 내세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영화의 명장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영화, 시, 소설 모두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하며 느끼고 내 속에 있는 뭔가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제목을 하필 ‘시’라고 했던 건 사람들에게 가장 질문하기 좋은 화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는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잊어버리기 쉬운 것, 사는 데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어떤 것. 보이지는 않지만 삶의 의미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작품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시릴 코널리가 저널리즘은 한 번만 고민하는 것이요 문학은 다시 보는 것으로 정의한 데 따르면,

통조림은 저널리즘적(액체를 담은, 한번 쓰고 버릴 용기)이었다가,

워홀이 액자에 넣음으로써 문학 반열(벽에 진열하고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으로 격상된 셈이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시 또한 앤디 워홀의 통조림처럼 모두가 무심코 지나친 어떤 부분을 관심 있게 보고

다른 누구도 몰랐던 진가를 알아내는 과정을 통해 탄생되는 것이지요^^

 

제 나름의 답은 이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고, 관심 있게 진짜로 보는 것이

결국 타인과의 소통이며 삶의 의미라고요.

그렇기에 소통의 하나인 시도, 영화 ‘시’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요 ^^

 

시를 왜 배우세요?

자, 이제 미루어 두었던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몇 주 전 처음 인사를 하게 된 분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애x팡을 왜 안 하세요?” 

그리고 사내 필진이 되었다는 소식에는 “왜 지원했어요?”라는 질문이 돌아왔지요.

 

영화 속에서 미자도 비슷한 질문을 받습니다. “시를 왜 배우세요?”

 

‘무엇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아하니까요*_* 

다만,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죠.

 

어떤 행동은 ‘안 하는 것’이 유별나고, 어떤 행동은 ‘하는 것’이 유별난 것은 결국

다수가 무엇을 하느냐를 전제로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x팡’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발적으로 글쓰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은 적은 것 뿐이지요.

 

결국, 이 질문은 왜 ‘글 쓰는 것’이 ‘애x팡’보다 좋은가, 기호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되네요~^^

 

저는 왜 사내필진에 지원해서 영화관련 글을 쓰기로 한 것일까요? 

답은 영화 속에서 시인이 대신 답해주셨네요.

 

“써봐야 진짜 알게 돼요.”

 

그렇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시나리오도 좋아하고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필력과 치밀한 구성력에 감탄하는 저는

진짜로 영화를 알고 싶어서 글을 쓰기로 한 것이죠!!

저와 함께 한 영화 ‘시’로의 여행이 유익했기를 바라며,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최신영화리뷰평 더^^보세요>> http://www.insightofgscaltex.com/?ca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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