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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게 아니라 게임 구경을 한 느낌..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ldk209 2012-09-21 오전 10:54:37 769   [2]

 

영화를 본 게 아니라 게임 구경을 한 느낌.. ★★

 

2002년 <레지던트 이블>이 등장한 후 정확하게 10년 만에 시리즈 다섯 번째 영화가 선을 보였다. 평균 2년에 한편씩 선을 보인 이 시리즈를 지금까지 끌고 온 건 뭐니 뭐니 해도 1편과 주인공을 맡은 밀라 요보비치의 힘일 것이다. 처음 <레지던트 이블>을 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28일 후>와 함께 좀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나름 좀비 발생의 근거(!)를 제시한 영화라는 게 기존 좀비 영화와의 차별성이었는데, <28일 후>의 좀비들은 분노 바이러스, <레지던트 이블>의 좀비들은 T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심지어 <28일 후>의 좀비들은 뛰어 다니기까지 했는데, 첫 편만 하더라도 전통적 좀비에 가까웠던 <레지던트 이블>의 좀비들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뛰는 건 물론이거니와 입에서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이번 <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이하 <레지던트 이블 5>)에선 좀비들이 운전도 하고 사격도 한다.

 

아무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던 지난 4편의 마지막에 엄브렐러의 기습공격을 받아 포로가 된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엄브렐러의 비밀기지에서 깨어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던 감옥에서 탈출을 도와주는 건 숙적 앨버스 웨스커.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중앙 컴퓨터 레드 퀸에 맞서 앨리스와 손을 잡고 맞서기로 한 것. 웨스커는 아다 웡을 보내 앨리스의 탈출을 돕고 과거 앨리스의 동료들을 구조대로 투입시킨다.

 

<사일런트 힐>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되느냐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서의 흥행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특히 1편은 작품적 가치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바로 그 결과가 5편까지 오게 된 원동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번 5편과 같은 방식으로 시리즈를 연명할 생각이라면 과감히 시리즈를 접는 게 이 시리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5편과 같은 방식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난 <레지던트 이블 5>가 영화라고 생각해 극장으로 보러 갔지 온라인 게임을 구경하는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레지던트 이블 5>는 영화라기보다 게임에 가까우며, 차라리 실제 게임중계를 케이블 티비에서 시청하는 게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엔 드라마적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게임의 구조와 형식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이번 게임의 미션은 두 시간 안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컴퓨터가 보내는 적들을 물리치면서 탈출에 성공하면 클리어!!!!! 게임 구경꾼들이 지루하지 않게 도쿄, 뉴욕, 모스크바를 게임 배경으로 제공!!!!!’ 이게 바로 소위 영화 <레지던트 이블 5>의 스토리(?)다. 거기에 시종일관 펼쳐지는 리듬감 없는 액션은 한 없이 장황하고 지루해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나마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드라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앨리스와 베키와의 관계, 괴물에게 납치된 베키와 이를 구출하는 앨리스의 모성을 다룬 부분은 이미지부터 정서까지 고스란히 <에일리언2>의 모방에 가깝다. 그런데 사실 그것마저도 영화에서 딱히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고군분투하는 건 시리즈의 히로인이며 내가 5편에 이르도록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인 밀라 요보비치다. 나머지 출연진들의 연기는 기대 이하라기보다 아예 연기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게임 속 캐릭터처럼 연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뻣뻣한 몸놀림을 보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의 경직된 연기는 민망함을 안겨주기 까지 한다. 단적으로 리빙빙. 사람이 아니라 밀랍 인형을 스톱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영어가 어색한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시종일관 동일한 표정과 심지어 고난위도의 액션연기를 펼치는 와중에도 머리 스타일과 옷의 움직임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거 혹시 의도된 것인가? 시리즈가 이번으로 끝났다고 하면 마지막이라고 아쉬워나 했을텐데, 주연배우 나이와 더 이상의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다음 6편에선 꼭 끝나길 기원해본다.

 

※ 좀비가 운전을 하며 총을 쏘아대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하늘엔 T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들이 마치 익룡처럼 날아다닌다. 주라기 공원인가?

 

※ 별점 두 개 반 중 최소 한 개는 밀라 요보비치 때문이다.

 

※ 영화가 하도 게임 같아서 혹시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사실은 지금까지의 영화가 모니터에 흐르는 게임 영상이었고 누군가 컴퓨터 책상에 앉아 열심히 게임하는 뒷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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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2012, Resident Evil : Retribution)
제작사 : Impact Picture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re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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