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유명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에드가 앨런 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다. 개봉하면서 없어진 ‘에드가 앨런 포의 사라진 5일’이라는 부제처럼 그가 사망할 당시의 불분명한 행적을 상상력으로 채운 픽션이다. 포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은 꽤 있지만, 그가 직접 등장하는 영화는 이전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레이븐>은 포가 자신의 소설 내용을 모방하는 범죄자를 쫓는다는 설정을 부여하여 원작자가 자신의 여러 저서를 소개하는 느낌을 준다. 아마 포의 팬이라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괴팍한 주정뱅이인 포(존 쿠삭)와 그를 돕는 필즈(루크 에반스) 경감이 버디를 이루어 수사를 하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한편 단점은 영화에서 범인이 너무나 신출귀몰하여 주인공 버디가 질질 끌려다닌다는 점이다. 때문에 계속 실타래를 잡아당기면서 전진할 뿐, 제대로 된 추리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결말에 포의 유언을 유일하게 이해한 필즈에 의해 버디의 범인 검거가 성공하기는 하지만 클라이막스로는 임팩트가 부족했다. 이왕 추리에 집중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했다면 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어야 한다. 추리보다는 액션과 유머에 집중하여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낸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시리즈처럼 말이다. 포를 원톱으로 한 사립 탐정물 혹은 필즈를 원톱으로 한 본격 수사물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찌됐든 영화를 통해 포의 독설을 듣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 추가 : 내용과는 별개로 <더 레이븐>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제임스 맥티그’ 감독은 포가 <갈까마귀>라는 영화 제목과 동명인 시로 유명해진 것처럼, 21세기에 영화로 포의 전성기를 다시 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아니면 단순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브이 포 벤데타>처럼 ‘V’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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