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픽션] 남자가 진짜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다.
혼자서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계속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둘이서 하는 것이니까!
그처럼
일방통행은 쾌속질주하였으나,
쌍방향은 좌중우돌하다보니까.
낯선 그녀는 열렬히 사랑하고,
익숙해진 그녀는 적당히 사랑하는..
뜨겁게 시작했다
미지근하게 무뎌지는
남정네들의 사랑변주곡 <러브픽션>이다.
외로움에 허기진 구주월(하정우).
오랜시간 순정으로
갈고닦은 사랑의 화살은
진작 만발장전을 끝내었으나,
정작 쏠 상대를 찾지 못하여기에.
"운명의 여인"찾기 사냥터에서
그는 계속 홀로 터벅거렸다.
그 와중에 만난 희진(공효진).
드디어
움트는 수컷본능이..
그녀가 "운명의 짝"이라며
거부불능한 계시를 내리고,
그토록 찾아헤매던
자신의 "로테"임을 근거없이 확신한다.
남자의 사랑은 단순해서!
그저 "발견"만으로도, 뜨겁게 시작한다.
항상 그러하듯.
남자는 시작했고, 여자는 지켜본다.
그 마음 알수없다,
속절없이 좌절하고.
이 마음 몰라준다,
여념없이 고뇌하는.
그 맹목적인 충성과
간곡한 구애의 몸짓을 토해낸
투박하지만 열렬한 고백에!
남자의 나홀로 사랑이,
방울방울한
그들의 사랑이 되어간다.
남녀의 기가막힌
사랑의 엇박자는 항상 짓궂어서..
여자가 사랑을 시작하면,
남자는 그제서야
여자를 지켜보기 시작한다.
이상 속 "로테"가 아니라,
현실 속 "희진"이 익숙해질수록
과거의 남자라든가,
예상 밖 겨털이라든가,
자꾸만 그녀가 지닌
떨떠름한 이물질을 속아내며
사랑을 반문(反問)하느라 엉거주춤 거려서..
막 뜨거워지는
여자의 사랑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처럼
사랑이 절정을 지나
내려막길을 타기 시작하니..
그녀에게 가장 충실했던 순간이
그저 창피한 사진으로만 비춰지는 아이러니.
홧김에 내던지는 상패처럼,
바닥에 내동댕이 처지는 사랑이..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악에 받친 감정에 지저분히 때묻다가,
끝내는
이별이란, 종(鐘)을 울린다!
보통 현실에선,
그런 이별은 곧 마지막이 된다.
그런데 주월은
알레스카까지 날아가서는,
싹뚝 끊겨버리려는
인연의 끈을 덥썩 움켜잡는다.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로테"가 되어줄 희진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했던 "희진"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탓인 듯싶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다가 쓸쓸히 죽는다"
그 비극적 운명론을
사랑이 이겨내는 것일터이니!
"자신의 여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
남자가 "진짜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인가 보다.
리얼한 "남자사랑보고서"
<러브픽션>의 이야기에, 나름 고개가 끄덕여진다.
p.s
영화의 장면장면이
그 언젠가
사랑에 하염없이 허우적이던
기억 속 순간순간들과
교묘하게 겹쳐지는게 매력이다.
사람의 속마음을 까뒤집으면,
누구나 다 "주월"처럼 좀 찌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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