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를 손대는 족족 파괴(?)시키기로 유명한 '마크 스티븐 존슨'의 <고스트 라이더>는 그야말로 그 파괴의 끝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슈퍼히어로 영화와 전혀 차별화되지 못한 스토리에 엉성한 연출, 심지어는 액션신조차도 거의 없었던, 보는내내 짜증이 치밀어오르던 영화였는데요. 이를 마블에서도 똑같이 느꼈는지, 아예 감독을 바꾸고 제작비를 줄여서 사실상 영화를 리부트 시켜버리는 초강수를 뒀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고스트 라이더 3D : 복수의 화신>입니다.
리부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영화는 지난 <고스트 라이더>(편의상 아래부터는 '전편'이라고 부르겠습니다.)와는 주인공이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하는 '쟈니 블레이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정부터 인물들까지 전혀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독들이 전편을 보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텐데요. '고스트 라이더'라는 캐릭터는 일반 슈퍼히어로와 별다를게 없었던 전편에서 탈피, 좀 더 다크하고 난폭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그 외 캐릭터들도 전편보다는 좀 더 특색있게 나오고 있죠. 스타일도 진지한 블록버스터에 가까웠던 전편과는 달리, 감독의 전작들(<아드레날린 24>, <드라이브 앵그리>)처럼 좀 더 B급 영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병맛(?)도 넘쳐서 화염 방뇨와 같은 몇몇 부분에서는 감독이 약빨고 영화를 만든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었네요.
하지만 문제는 그 병맛과 특색이 재미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스토리의 부재때문인데요. 톡톡튀는 영화의 장면들과는 달리, 한 아이를 구하는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흔한 스토리에서 한치도 어긋나거나 튀는 것 없이 결말까지 쭉 달려가 버리는 영화는 별로다 못해 그 병맛과 재치까지 죽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전편의 심각했던 스토리보다는 나았지만, 감독의 전작인 <아드레날린 24>가 병맛과 스토리를 잘 믹스시켜서 정말 아드레날린을 마구 분비시켜줬던 것에 비하면 너무 아쉬웠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볼거리 측면에서 안습이었던 전편과는 달리 볼거리가 풍성해졌다는 것입니다.(아이러니하게도 제작비는 줄었죠.) 감독의 전작들에서 봐왔던 독특하고 인상적인 액션 연출과 카메라 워킹은 3D와 결합해서 더 멋져졌으며(3D가 영화에 상당히 플러스로 작용합니다. 보실거면 3D로 꼭 보세요!), 액션도 좀 더 과격하고 폭발적으로 바뀌었음은 물론이고 '오토바이-쇠사슬'에서 그쳤던 전편과 달리 굴삭기나 일반 자동차 탑승 등 장면들도 다양하게 추가되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DVD 대여점에 붙어있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시즌 오브 더 위치>의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냥 보기만 했는데 한숨부터 나왔네요.(..ㅠ) 부디 제발 다음에 극장에서 만날 때는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한 건, 이렇게 묻혀 있을 배우는 아니거든요!
+ '고스트 라이더' 캐릭터 하난 정말 잘 살려놨군요.
++ 기획이 '마크 스티븐 존슨'이었다니... 배신감이...?!
+++ 사실 7점을 주고싶었는데... 이 영화가 <셜록 홈즈 2>나 <MI4>와 동급은 절대 아닌지라...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