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영문제목이 ‘the immortals’였다. 영원히 죽지 않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중세도 아닌 고대 그리스 시대 이전의 시대에 살았다던 죽지 않은 이들, 즉 신들(Greek Gods)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런데 보통 인간이 알고 있는 죽지 않을 것만 같은 신들이 사실을 죽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그리고 신들 사이에서도 죽고 죽이는 관계가 있었으며, 그것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못된 인간 하나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게 되고, 그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인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이상한 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좀 이상한 구성을 띄게 됐다. 신들이 자신의 위험을 인간에게 맡겼단 점이다. 자신의 안위를 직접 지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상하게 인간의 문제로 귀착되면서 인간들이 해결했으면 하는 스토리를 갖게 된 것이다. 왜 신들이 자신의 안위를 인간에게 맡겼는지는 영화를 보면서도 도통 모르겠다. 정말 인간이 보는 영화라서 인간이 주인공이 되고, 그 인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영화 흥행이 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래도 인간이 주인공이니 가장 큰 비중이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서로 싸우는 상황은 확실히 인간은 인간끼리, 신들은 신끼리 싸웠다. 이제 신들도 서로 싸우면서 죽고 죽이는 상황이 전개됐고 신도 인간들처럼 죽는다는 이야기가 가능하게 됐다. 영화 ‘300’을 만든 이들이 제작에 참여해서인지 전투장면이나 액션을 확실히 남달랐다. 무척 잔인한 장면들이 자주 나와서 어린 학생들에겐 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흥행카드는 액션이다. 다만 그것 빼고 영화의 다른 흥행코드는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아마도 흥행을 너무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인간도 신이 될 수 있단 사실 정도에 인간의 우수성을 찾아야 할까? 하지만 조금 비틀어서 본다면 영화 속의 인간의 모습은 물론 신의 모습은 불행한 인간사의 한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분법적 구도야, 이런 영화를 만들 때, 반드시 갖춰야 할 구성이다. 서로 싸우는 존재라면 한 쪽은 무조건 사악한 악당이어야 그들의 패망으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악한 자들의 붕괴로 인한 쾌감이다. 문제는 그 악당도 사실 나름의 이유로 인해 그렇게 변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가족이 죽었을 때, 왜 신은 나 몰라라 했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서부터 인간은 사악한 악당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죽음을 신의 선택이나 나름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함으로써 마음씨 좋은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당 하이페리온(미키 루크)과 주인공 테세우스(헨리 카빌)가 갈린 기준점도 바로 이점이다.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자신이 한 때 믿었던 신들을 붕괴시키고자 하는 하이페리온이 나쁜 악당으로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들먹이면서 그렇다고 다른 타인들에게도 많은 민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망한다고 다른 집에 불을 지르는 것이 결코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며, 결국 또 다른 원한만 초래하면서, 모든 이들의 불행을 야기하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태인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분노를 터뜨리기 보다 좀 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힘으로 발전시킨 테세우스의 선택이야말로 세상이 가장 원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테세우스가 영화 속 주인공으로 선택된 이유인 것이다. 제우스란 신은 그런 테세우스를 좋아했고, 그를 지원했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을 막는 작업을 인간에게 왜 맡겼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못 될 것이지만 말이다. 기독교에서 인간의 불행을 왜 줬는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많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기대된다. 왜 신은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고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에겐 불행을 주는지 모든 이들이 궁금하다. 기독교계에서 나름의 이유를 들고 합리화시켰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아직도 납득되지 않는다. 그런 고민을 이 영화는 다시 들췄다. 그렇다고 속 시원한 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신으로 되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자신의 욕구와 상상으로 신을 만들었다면 결국 신도 인간처럼 행동할 것이고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영화 속의 옳고 그름은 분명 타당하다. 자기의 분노를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짓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분명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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