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맬릭 감독. 손 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리 오브 라이프>
영화제 수상작과 좀 친해져볼까?
영화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거장의 작품은 어렵다’ ‘영화제 수상작은 난해하다’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규정되기보다는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게 대표적인 특징일 텐데요. 이는 충분히 ‘피곤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 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철학서가 인기라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성찰이 2시간여의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펼쳐지고, 최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서정적 음악까지 더해진다면 이 또한 매력적이지 않나요? 생각을 바꿔보면 가장 쉽고 흥미진진한 접근일 수도 있다는 말씀. 그러니 평단이 좋아하는 영화라고 어려워만 할 필요는 없겠지요.
3대 국제영화제의 로고만으로도 무게감이 팍팍!
영화제 수상작이 멀게 느껴지는 건 만날 기회가 쉽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흥행이 담보되지 않는 작품들은 개봉 자체가 불투명하고, 개봉이 확정돼도 소수 극장에서 반짝 걸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올 가을에는 영화제 수상작들의 개봉 소식이 제법 풍성하게 들려옵니다.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영화제 수상작들의 반가운 개봉 소식~
먼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이미 개봉중이고, 지난 해 칸영화제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비우티풀>도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액션장르로는 드물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는 11월 개봉 예정,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장작인 <아티스트>와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자전거를 탄 소년>도 12월 개봉 대기중이랍니다.
다큐멘터리 포스가 느껴지는 <트리 오브 라이프> 오리지널 포스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있는 작품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낯설기만 한 이름들 속에서 숀 펜과 브래드 피트라는 반가운 이름을 만날 수 있는 기대작인데요.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 칸의 선택인 만큼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시네마 브런치에서 <트리 오브 라이프>와의 만남을 주선했으니 이번 기회에 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보는 건 어떨까요?
아버지와 아들, 결국은 사랑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너무도 친근한 소재인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가족’을 말합니다. 죽음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인생은 아름다워, 1997>의 아버지, 아들의 공연장을 찾는 것으로 화해를 보여주던 <빌리 엘리어트, 2000>의 아버지, 아들과 플라잉 낚시를 즐기던 <흐르는 강물처럼, 1993>의 아버지…. 아들과 함께하는 영화 속 아버지는 참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는데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엔 묵직하고 끈끈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해요
40대 중반 잭(숀 펜)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트리 오브 라이프>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오해와 상처를 건드리며 기존 영화와는 또 다른 부자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권위적인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과 자애로운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세 아들이 있는 1950년대 텍사스주의 한 가정. 그 안에 아이에서 소년으로 커가는 성장통, 권위를 앞세우는 아버지와의 갈등,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잭 자신이 있습니다.
강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년이여!
영화의 중심축인 잭과 오브라이언의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는 시종 아슬아슬하게 그려지는데요. <트리 오브 라이프>의 미덕은 그럼에도 끝끝내 사랑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지요. 오해와 갈등, 아픔과 상처 속에서 어떻게든 사랑의 고리를 찾아가는 가족의 모습. <트리 오브 라이프>의 묘미는 그 치유와 성장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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