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유머가 가득한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는 지금껏 우리에게 웃음보다는 고민을 안겨주는 불편한 장르였다. 질펀한 성적 유머나 포르노를 연상하게 할 진한 영상도 꽤나 나온다. 그러나 정작 고민은 우리와 다른 문화로 인한 웃음의 코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이다. 분명 웃어야 하는 타이밍인 듯 하지만 왠지 웃기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런 작품의 가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담 샌들러가 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적은 것은 이런 면을 반영한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나 <피너츠 송>이 수입되어 개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매우 재미있거나 웃겨서라기보다 주연 배우들 때문이었다. 당시 카메론 디아즈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으니까. 그런면에서 <행오버>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브래들리 쿠퍼를 제외하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출연진이나 다른 미국식 코미디에 비해 성인전용 웃음이 가득한 영화이다보니 1편은 국내 개봉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1편의 미국에서의 예상 밖(?)의 흥행 성적으로 당초 예정에 없던 속편의 제작은 국내 개봉까지 이어져 드디어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1편에 비해 돈을 더 들이고 스케일이 커졌다고 해도 <행오버2>는 여전히 미국식 코미디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과 웃음의 코드를 어느 정도 일치 시키는 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 점에선 미국식 웃음 코드를 공감하기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헬로우~' 라는 단어를 억양만으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길 바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작은 물통을 연세 지긋한 스님 가랑이 사이에 넣고 마치 '고추'인 것처럼 만들고 그걸 원숭이가 핧는 장면에서 그들처럼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미국식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은 따로 있다. 술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숙취(Hangover)'와 필름이 끊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들 기억하지만 나만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의 무서움은 나는 괴롭지만 남들에겐 즐거움이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을 기억해 내기 위해 사건을 추리해 가는 과정이 주는 재미는 비록 문화나 국적은 달라도 완전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이 영화에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행오버2>는 1편을 보지 않아도 관람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1편과 연속된 이야기 흐름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그걸 모른다고 해도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2편의 재미를 더욱 만끽하려면 1편을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2편의 주요 설정이나 상황이 1편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총각파티는 장소를 옮겨 태국 방콕으로 이동했고 음주 후 만나는 동물이 호랑이에서 원숭이로 변해 좀더 비중 높은 연기를 보여 준다. 누구의 아기인지 모를 갓난 아기는 스님으로 바뀌어 여정에 동참하고, 없어진 이빨 대신 머리카락이 없어졌고 문신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1편에서 사라진 신랑이 발견된 장소가 2편에서는 사라져버린 처남이 어디서 발견되는가를 밝혀가를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기억을 더듬어가면 갈수록 커져만 가는 상황은 속편이 갖는 한계와 속설을 가볍게 눌러버린다.
이번 속편은 특히 우리나라에 개봉에 의미가 있다. 바로 우리 배우의 높아진 위상 때문이다.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신부로 등장했고, 전편에서 트렁크 속을 알몸으로 뛰쳐나와 호기롭게 상황을 평정했던 미스터 초우(켄 정)은 좀더 과감한 노출로 등장해 더 큰 비중으로 이야기 속을 동참한다. 한국계 배우는 아니지만 1편에서 깜작 게스트로 등장한 '마이크 타이슨'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Murray Head의 One night in Bangkok을 자신만의 음정에 맞게 편곡해 원곡을 심하게 홰손한 장면(?)도 4각의 링에서 천하무적이던 그를 추억하는 권투 팬이라면 깜찍이 타이슨도 색다른 재미가 될 듯 하다.
블럭버스터나 잘 만들어진 작품에 비해 <행오버2>는 아무리 숙취로 기억이 안난다는 설정이라도 과장된 상황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가득하다. 그러나 소설에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하이틴 로맨스'나 '무협지'가 있어야 하듯이 머리아픈 현실을 잊게 해 줄 팝콘 무비도 분명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행오버2>는 그런 필요에 적합한 작품이다. 어쩌면 그런 영화치고는 스토리도 괜찮고 액션도 섞여 있어 웰메이드 팝콘 무비로 불리울만 하다. 문화는 다르고 웃음의 코드도 다르지만 술 먹고 숙취에 고생하는 전 세계 꽐라들에게 주는 웃음의 공감대를 맛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