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지붕위에 빠진 이를 던지면 까치가 가져가서 새 이를 나게 한다'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물론 요즘 시대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자라기 때문에 실제로 이것을 실천해보신 분들은 얼마 되지 않으실건데요. 우리나라에만 이런 이야기가 있는게 아닙니다. 서양에서는 '빠진 이를 베개밑에 두면은 이빨요정이 금화를 놓고 간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 '이빨 요정'이라는 소재로 소설이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정도로 서양에서는 아주 보편화된, 인기있는 캐릭터(?)입니다. 바로 그 '이빨 요정' 이야기를 공포스럽게 재해석한 영화가 바로 <돈비 어프레이드 - 어둠속의 속삭임>입니다. (우리나라 까치도 금화나 가져다주지 쿨럭...)
하지만 전 이 영화가 '이빨 요정'을 소재로 했다는 것을 모르고 봤는데요. 꽤나 공포스러웠던 이 아이에게 속삭이던 정체가, 그리고 처음 인트로에서 이를 요구하던 존재가 조그마한 '이빨 요정'이였다는 것을 알고는 약간 맥이 빠졌습니다. 기대했던것보다 너무 소박했기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무섭다기보다는 조그마한 꼬마 악마같은 것들이 사람들을 공격할때도 아기자기한 무기들을 들고 떼지어서 공격해서 '귀엽다'라는 느낌이 강했고, 이들의 악행(?)이 본격적으로 들어나는 후반부에서도 무섭다기보단 애를 과도하게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짜증이 난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물론 '이빨 요정'이라는 소재를 공포스럽게 재탄생시킬려고 했던 노력과 그 상상력은 칭찬할만합니다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긴 어려울것같네요. 소재가 아동을 위한 이야기에서 나온것이다해도 그 '아동용'이라는 틀에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것같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영화의 초반에 담겨있는 여러 미스테리한 요소와 공포적인 분위기는 너무 좋습니다. 특히 공포를 주는 요소같은것은 다소 유치한 감이 없잖아 있으나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환상적인데요. 오래된 저택과 주위 자연이 어우러져서 만드는 환경에다가 특유의 음침하고도 세련된 분위기에 음악이 포함되어서 상당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미스테리함도 촘촘하게 잘 짜여있어 심장을 조금씩 움켜우는듯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불신지옥>이 공포면에서는 아쉬웠지만 미스테리면에서는 수작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을 초반부에서 얻은듯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좋았던 것들이 중반부 '킴'이 미스테리를 알기 시작한 시점부터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꽤나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던 초반부와 달리 갑자기 영화가 진부해지는데요. 특히 '킴'이 미스테리를 푸는 장면들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사용돼왔던 장면임은 물론이고, '날림으로 만들었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정 하나하나가 억지스럽고 대충 넘어간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마도 관객들에게 더 빨리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였나 싶은데요. 하지만 이 때문에 미스테리가 해결된 시점부터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장점을 잃어버린 영화는 상당히 밋밋해지고, 지루해졌습니다. 클라이막스가 꽤나 인상적이긴 했지만 남는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이 영화는 몇몇 잔혹한 묘사만 제외하면은 어른보다는 어린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영화로 보입니다. '이빨 요정'이라는 동심이 가득차있는 이야기를 비튼, 즉, 어린이의 순수한 동심을 자극해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공포감도 그렇게 세지도 않고,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소 영화가 유치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조금 있으실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등급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R등급(17세 미만 관람불가)이며 국내에서는 15세 미만 관람불가인데요. 영화는 분명 어린이, 넓게봐도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 영화인데, 몇몇 잔혹한 묘사를 굳이 넣어서 성인용 공포영화로 만들어 버렸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 영화의 최대 단점, 중반부도, 진부함도 아닌 바로 이 관객층 조절 실패가 아닌가 싶네요.
+ 그래도 영화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 언급된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루한 지 모르고 봤다는...
++ 역시 연기는 다들 일품!
+++ 그래도 올해 공포영화 중 최고!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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