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케이크처럼 달달하다...... ★★★☆
파티쉐가 되겠다며 고향 가고시마에서 도쿄로 떠난 남자친구를 찾아 무작정 양과자점 코안도르에 나타난 나츠메(아오이 유우)는 남자친구가 이미 오래 전에 코안도르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얘기를 듣는다. 가고시마의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만들어봤던 나츠메는 남자친구를 찾아 같이 고향에 내려갈 때까지 코안도르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사장이자 쉐프인 요리코(토다 케이코), 선배 마리코(에구치 노리코) 등과 함께 코안도르를 꾸려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만찬회 계약을 성사시키고 귀가하던 요리코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코안도르 운영 및 만찬회 계약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자, 나츠메는 전설적인 쉐프였지만 8년 전 불의의 사고로 쉐프를 그만두고 케이크 평론가로 활동하던 토무라(에구치 요스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예전에 한국, 일본, 미국 드라마의 차이라는 제목의 유머가 떠돌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만약 경찰 드라마라고 하면 한국 경찰은 사랑을 하고, 일본 경찰은 교훈을 주며, 미국 경찰은 범인을 잡는다. 만약 의사 드라마라고 하면 한국 의사는 사랑을 하고, 일본 의사를 교훈을 주며, 미국 의사는 병을 고친다. 이런 식의 비교들. <양과자점 코안도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유머가 떠오른 건 전적으로 한국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이후 재미있다고 생각이 된 건, 유머처럼 한국 양과자점에선 사랑이 싹텄고, 일본 양과자점에선 인생의 교훈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왈가닥 시골아가씨는 파티쉐로, 토무라도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같이 성장해 나간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전적으로 어디에 비중을 두었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아오이 유우라고 할 수 있다. 간만에 극장에서 보는 아오이 유우. <도쿄!> 이후 처음이니 근 3년만의 재회! 아오이 유우는 딱히 이쁜 얼굴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듯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무표정한 얼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미소는 언제나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양과자점 코안도르>에서의 아오이 유우는 가고시마 사투리로 꽥꽥대며 말하는 말괄량이 아가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한 모습을 찾자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보다 조금 누른 듯한 모습.
영화는 일상을 다루는 일본영화들이 주로 그러하듯 조용하게 잔잔하게, 어떻게 보면 느슨한 듯 흘러가지만, 의외로 코믹한 요소들로 인해 객석엔 종종 웃음이 터져 나오며, 그 코믹한 요소들이란 대부분 아오이 유우의 캐릭터에서 발생하곤 한다. 그럼에도 아오이 유우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이 뭔가에 집중할 때이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종이컵을 토슈즈로 만들어 신고는 발레를 하던 모습, <허니와 클로버>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는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던 모습, <훌라걸스>에서 연습실에 찾아온 엄마에게 보이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홀라댄스를 추던 그 모습, 그리고 <양과자점 코안도르>에서 고개 숙이고 케이크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그 모습.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그 얼굴을 아름다운 얼굴로 기억하게 하는 마력이 발휘되는 건 바로 뭔가에 집중하는 힘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하면서 동시에 좀 심심하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듯이 자극적이지 않은 느낌, 아니 자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딱히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음으로서 감정적 동요를 억제하는 듯한 그 심심함. 인물들의 빈약한 에피소드도 이야기의 연결을 헐겁게 만들며, 종종 억지로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요리코가 사고를 당한 후 코안도르가 잠정적으로 문을 닫게 되고 만찬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 토무라가 되는 건 이야기의 흐름상 당연하지만 왜 그 과정에 줄리앙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줄리앙 역시 요리코, 토무라와 함께 프랑스에서 파티쉐로서 수업을 받았고, 뉴욕에서 파티쉐가 되었다가 요리코를 따라 도쿄까지 오게 된 나름 충분한 경력의 쉐프 아니던가. 무뚝뚝한 마리코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행운의 기회가 또는 토무라의 관심이 주인공인 나츠메에겐 갑자기 쏟아지듯 몰려든다는 점도 마리코 입장에서는 결코 편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없는 환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양과자점 코안도르>에는 이러한 몇 가지 불편한 점을 뛰어넘는 달콤함이 존재한다. 그건 앞서도 말했듯이 아오이 유우가 내뿜는 매력과 함께 저절로 입에 침을 고이게 하는 케이크의 달콤함, 그리고 결국엔 등장인물들이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되는 아름다운 결론에 있다.
※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의 케이크가 너무 화려해 입맛을 돋우기 보다는 입안을 간질거리게 했다면 <양과자점 코안도르>의 케이크는 화려함에선 덜하지만 실제(!) 먹을 수 있는 케이크 같아 보였다.
※ 코안도르는 프랑스어로 ‘길 모퉁이’라는 의미로 실제 길 모퉁이에 위치한 가게에서 촬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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