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아주 흥미로운 주제이다.
언젠가부터 어떤 큰 사건이 터지면 분명 그 뒤에는 어떤 조작이나 정부가 개입되었을 꺼라는 얘기가 나돌고는 하는데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설마...하면서도 정말일까..라는 의문이 자주 들곤 했었다. (내 기억속 최초의 음모론은 아마도 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인듯 싶다. )
황정민 주연이라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아주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후줄그레한 바바리 코트에 연신 울려대는 2848 삐삐~
그와 함께 음모를 파헤치는 기자 손진기 역의 김상호와 비밀스런 캐릭터 윤혁을 소화한 진구의 연기도 좋았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손진기의 활약이 생각보다 적다고 아쉬워하길래 연기자체가 뭔가 부족한가 싶었는데 영화를 직접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나 역시 생각치도 못한 그에 대한 처리부분이 참으로 아쉬웠다. 뭔가 한방 탁~터트릴 줄 알았는데..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손진기 기자도 뭔가 수상해,수상해..극도로 친절한 태도도 의심스럽고 그러다 뒤통수를 탁 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선하면서도 약간은 음흉한 구석이 있는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그를 주목하며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 내내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윤혁이라는 인물..그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고 그로부터 아주 큰 사건이 전개될 듯 한데 그런 분위기는 보일 듯 보일 듯 하면서도 쉽사리 드러나질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 자체부터 예상할 수 없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상당히 긴장감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게다가 영화제목이기도 하면서 영화 속 핵심장소로 등장하는 이 [ 모비딕 ]이, 예전에 실제로 민간을 감시하는 장소였다는 사실과. 1990년 보안사령부에 근무했던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이 영화에 더욱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발암교 폭파사건 자체는 허구이지만..
기자라는 직업..특종을 따내기 위해 남보다 더 부지런히 뛰어야 하고 그 숨막히는 작업현장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옛날에 매력도 느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는데, 이 영화에서도 기자라는 직업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사심이 들어가는 순간 기자의 생명은 끝이다..라는 부장의 말.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야 하는 기자..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결말부분이 아쉽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하는 한.,아무리 날고 기는 기자가 맞서 싸운다 해도, 그 음모가 만천하에 쉽게 드러나지는 못할 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뭔가 통쾌하게 결말이 나는 것보다는 이렇듯 뭔가 여운이 남는 결말이 차라리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 터지는 모든 큰 사건들에는 배후에 뭔가 있을꺼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