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감독의 아이들인 전재홍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차라리 애들한테 맡기지말고 김기덕감독 본인이 직접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엄청 큰 영화다. 그동안 많이 만들었으니 이번엔 애들한테도 영화만들 기회를 주자
는 의도는 좋았지만 애들이 만들기엔 너무 역부족 경험부족이 드러나는 영화였다.
우선 김기덕감독이 쓴 시나리오 자체는 아주 신선하고 좋았다.
또한 남북한 정치 지도자 가족들 몇몇이 잘먹고 잘살려고 수백만이 고통받는
이게 50년 넘게 지금도 지속되고있는, 소위 남북문제를 아직도 전혀 해결못하고 오히려 더
심각해져가는 이 상황을, 이 매국적인 망국적인,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줄려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여자때문에, 치정때문에 뒤죽박죽되가는 비약과 대사적 황당이 너무 심해서
풍산개 본질적인 의미를 아주 많이 퇴색시켰다.
요즘 대세가 어느 장르든지 막론하고 개그적인 게 꼭 들어가야 하는걸 너무 의식한 듯
진지해야할 때 타이밍 상관없이 마구 개그적 대사가 껴드는 바람에 영화가 상당히 빛을 바랬다.
남이나 북이나 서로 자기들이 더 충성하고 더 열심이고 더 조직적이라고 우기지만
결국 다 같은 동포 우려먹는 피빨아먹는 똑같은 '속물들, 미친집단들' 이라는(즉 남북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동같아서) A가 B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B는 C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또 C는 D를 ...다시 D는 A를 .. 이렇게 무한반복되는 배신과 복수의 사회시스템속에서
풍산개가 설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정말 부질없는, 이겨도 아무 의미없는, 이런 끝없는 싸움이
결국엔 모두를 파멸하게 한다는 메세지는 충분히 전달 된 거 같다.
남북의 이런 내용은 듣도 보도 못한 첨 접하는 시나리오와 영화라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다행히 2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기관이나 개인이나 서로 같은 민족끼리 체제와 이념을 놓고 서로 으르렁거린다는게
(그러는 동안 남북한 지도자 가족들은 엄청 잘먹고 잘사는, 챙길거 다 챙기고, 그 동안에 말이다)
얼마나 한심하고 소모적이고 쓸모없는 짓인지, 이 얼마나 심각한 정치무능, 국민무능인지 ..
호랑이를 잡는 개로 충성심이 엄청 뛰어난 풍산개는 함경 풍산지방개로 진돗개, 삽살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토종견이다. 기네스북에 오를만큼 영화속에서 단 한마디 대사도 없는 윤계상이
왜 풍산개가 되었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진흙뻘 칠하는 장면이 10초정도 더 롱테이크로
보여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남과 북 무엇이든 배달해준다는 풍산개가
정작 관객들에게 배달해준건 '민족과 형제 통일' 이라는 정치인들의 50년넘은 똑같은 구호와 함께
그 무엇하나 달라진 것 없는 아주 커다란 정치적 배신감과 씁쓸함 그것말고는 없다는게 안타깝다.
개가 풍산개가 되서 호랑이를 잡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면 좋은 일이지만
사람이 개가 되서, 그것도 풍산개가 되서, 오직 돈가는데로 살벌질주하고
남과북의 모든 조직과 조직원 개개인이 다 풍산개가 되서 서로 돈가는데로 살벌질주하고
약속은 다 무시하고 깨버리고, 배신은 밥먹듯하니 그러니 풍산개도 감당할 수 없을정도다.
이게 어찌 정상적인 국가, 건강한 사회란 말인가.
김기덕 감독이 평소 신념인 약속은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하며
배신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약속과 신뢰 배신 이라는 단어가 자주 강조된다.
이미 사라져버린 남북간 약속과 신뢰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볼수있는 배신 이게 다
돈 때문이다. 그리고 돈 뒤에 가려진 정욕(정권욕심/ 동시에 정욕 즉 섹스 색욕)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조직을 모든 조직원을 병들게하고 풍산개마인드화시켜서 공멸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헛점이 숭숭숭 너무 많긴하지만, 입안에 모래를 가득넣은채 씹는 기분처럼
씁씁하고 퀭한 남북사회 남북정치현실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어서 분노도 버럭폭풍 치민다.
지구로 크게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그린 Green 이지만,
남북한을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반드시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항상 중국에게 속국, 일본에게 식민으로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치집단은 50년 넘게 악착 악랄하게도 시스템이 이게 낫다 저게 낫다 하면서
같은 국민 등쳐먹는데 완전 올인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치는, 이들 엘리트들을 잡는
풍산개가 나와야 하는데 아쉽게도 단 한마리도 없다. (같은 민족 족치고 등치는 쓸개들은 엄청 많은데 말이다.)
그러니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 정치집단을 보면 속으로 얼마나 가당치 않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 이름을 걸고 나온 영화중엔 엄지내리면서 보통이하 라고 하고 싶다.
전체적으론 참신한 시나리오에 반해 무대뽀설정과 억지스런 대사가 상당한게 큰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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