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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눈목]오인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로드무비
rose777 2002-10-07 오전 1:25:50 1391   [5]
소리없이 찾아온 한편의 영화가 주는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이 영화, 분명 다른 영화와 다르다. 35mm로 찍지 않고 슈퍼16mm카메라로 찍어 디지털로 옮긴후 키네코작업을 한후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된 귀한 생명. 로드무비의 탄생은 무시되어서는 안될 의미있는 작업이다. 동성애를 그렸다는 사실 때문에 이 영화가 주목받아야 할 무수한 영화적 미학들이 상대적으로 그림자처럼 묻혀져버릴까 봐 나는 두렵다.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사실은 이영화에서 결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이것은 무수한 영화들이 다루고자 하는 "인간관계소통"에 대한 자세한 질문의 시간이며 침착한 반론의 기회이다. 대식(황정민)이 석원(정찬)을 만나는 계기마저 드라마틱하지 않듯이(그들은 석원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순간. 만난다. 그리고 눈을 뜨면 석원은 노숙자가 되어있다.)로드무비는 드라마의 서사구조를 순순히 따르려 하고 있지 않다. 신인감독 김인식은 장르의 관계속에서 그만의 영화적 이미지를 분명하게 구축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했음에 틀림이 없다. 뛰어난 영상미와 단단한 이야기 구조는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영화의 오프닝에 나오는 두남자의 섹스신은 분명 적나라 하다. 꼭 그렇게 보여주어야만 했었느냐고? 당연하다. 보여주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동성애도 사랑의 한종류이다. 인간의 사랑이니 그저 다른 형태의 사랑이니. 그저 생긴대로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단절"에 대한 이야기는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로 수도없이 되새겨져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분명, 동성애는 지금까지. 드라마적 트루기의 변칙적 방법으로 인해 어느순간부터 점점 "미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성애는 어쩌면 "슬픔의변주곡"따위 처럼, 뛰어난 예술적 소재로 뒤바뀌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실체적인 그들의 섹스따위만큼은 생각만해도 구역질이 나올만큼 터부시 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들의 사랑만큼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신기한 모순된 관계구조속에서 재해석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인식감독이 그의 데뷔작 로드무비의 오프닝을 적나라한 섹스신으로 정확하게 방점을 찍고 나아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보아진다.보여주지 않고 보지 않고 상상만으로 가능한것들에게 리얼리티를 부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로드무비는 동성애를 미화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소통이 막힌 사람들의 관계를 돌아보고자 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현실에선, 더 이상 나아갈 출구는 없다고 생각한, 석원은 망설임없이 손목을 그어 버리거나 목숨줄을 떼어버리려고 공중에서 몸을 내던져 버리는 나약한 인간이다. 그리고 분명 노숙자 생활을 하는 전직이 모호한(영화에서는 그의 전직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관객또한 그사실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입을 빌려 그가 전에 산악을 했었다는 정보를 교묘히 흘린다.)부랑자쯤으로 보이는, 석원에 비해 너무나도 강인해 보이는 대식이 그의 옆에 있다. 석원과 대식의 관계는 버려진 이와 주우려는이 사이에 만들어진 교묘한 사닥다리처럼 맞닿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대식은 석원을 지켜주려고 하지만 석원은 끊임없이 부인을 만나 다시 예전의 결혼생활...그리고 잃어버린 직장을 되찾기를 원한다.
"넌 좋겠다! 돌파구가 많아서!"
라고 외치는 대식의 한마디는 아이러닉하다.
돌파구는 오히려 석원에겐 부재하며 대식에겐 존재한다.

두사람의 관계속에 뛰어든 한여자 일주(서린)은 대식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대식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로 석원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낯선 행동을 취한다. 물론, 그녀가 원한 것은 무조건 적인 "사람"이었지 그 누군가는 아니었다.
세사람의 이상한 여정이 진행되는 과정속에서도 감독을 결코 이야기가 허물어져 버릴 기회를 순순히 내어놓지 않는 세심함을 보인다. 대식은 석원을 원하지만 그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표면적으로 애원하지 않으며 일주는 이런 대식에 비해 표면적으로 늘 함께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부탁한다. 그러나 석원은 대식과 일주 어느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석원에게 중요한건 사느냐 죽느냐 하는 모호한 순간. 죽음으로 치달을수 있었던 두 번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대식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 어떻게 하면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갈수 있느냐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갈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셋은 결코 하나가 아니 둘조차 될 수 없는 것이다. 어느한순간의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은채 잘못된 화살을 쏘아가고 있는 세사람의 이야기가 이토록 균형감각을 지켜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결국 그건 데뷔작에서 자신의 내공을 초반섹스신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인식감독의 내공의 힘이다.
파격과 도전이 난무한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것도 아니면서, 진부한 드라마적 서사구조를 따라가지도 않는 로드무비의 영화적 매력은 분명 "여운"이다.
"나랑...지내는게 그렇게 힘드냐?"
하고 내뱉는 대식의 대사는...가슴을 후벼파는 슬픔이다. 그건...그동안의 모든 석원에 대한 대식의 배려와 사랑이 일순간 날아가버리는 중요한 순간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하나로 그사람을 통째로 소유할수 없다는 사실을 어쩌면 대식은 스스로에게 이 대사를 통해 각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식은 동성애자이지만 결코 석원을 범하지(?)않았으며 석원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식이 석원을 떠나는 장면에서 일주가 석원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다시한번 부탁하는 구조는 대단히 새로운 형식의 관계구조다.

로드무비는 위에서 언급한 영화적 미학들로 인해 결코 태워버릴수 없는 옛사랑의 사진처럼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을 치열한 멜로무비다.

그러나 분명 아쉬움은 있다.
안정과 개혁가운에서 망설이고 있는 보수주의자처럼 애매모호한 입장을 갖고 있는 영화적 태도는 분명 떨쳐 낼수 없는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대식의 화장실 섹스장면을 표현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쉽게 그것을 찾아 낼수 있다. 수돗물이 쏟아지는 장면과 화장실 안으로 점점 들어가는 두사람을 뒤쫓는 카메라는 결국 부감으로 두사람을 멀리서 찍어 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세면대의 수돗물씬은 교차편집된다. 물론,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 장면에
서 김인식 감독이 초반에 보여주었던 과감한 결정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분명하게 망설였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또한, 가정을 이루었던 남자 한여자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는 마지막 부분의 설정은 대단히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분명 감정이입이 될만한 선상에서 영화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대식의 자식에게 담배를 물리고 대식의 아내에게 짜증을 내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한 역동성을 가질수 있는 로드무비의 장점들은 이렇게 문득문득 어울리지 않는 작위적인 설정들과 연출 그리고 웃음이 터져나오지 말아야 할곳에 깊이 묻혀있는 문어체적 대사들로 허물어져 버린다. 일주와 대식 그리고 석원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설정중에서 분명, 노숙자생활에서 나오는 이씨의 역할을 독보적이지만 공금을 횡령한 민석의 설정등은 가히 설득력이 부재되어 있어서 허공에 떠있다. 모든 행동들에 개연성을 부여하는것이야 말로 진부하지만 이미지와 묵인으로 보다 큰 폭발력을 지닐수 있는 부분에서 감독이 무언가 망설이면서 설명하려 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격을 떨어뜨리는 미숙함일 수밖에 없다.

영화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빛의 공신은. 분명. 배우 황정민이다.
와이키키브라더스로 관객과 처음만난 그는 오랜기간 연극계에 몸담아 온 배우이며 YMCA야구단에서 보여주었던 소심함과 너무나 상반되는 남성미를 로드무비에서 기대이상으로 발산함으로써 임상수감독의 차기작 "바람난가족"에서의 열연을 기대하게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한국영화는 배우 황정민의 재탄생을 위한 폭죽을 터뜨려도 될 때가 왔다. 그는 한국영화계에 내린 단비이며 까치가 물고 온 반가운 소식이다.과감한 생략과 역동성있게 진행되는 이야기 플롯으로 인한 세련미사이에서 묻어나는 영화의 진심이 관객을 울리는 순간까지 번져나갈수 있을런지. 그건...개봉후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쉽게 묻혀져서는 안될 영화적 미학과 가치가 분명 영화 로드무비에는 간곡히 담궈져 있다는 사실.
그건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과제이고 분명한, 책임이다.

www.onreciew.co.kr

(총 0명 참여)
아쉬운 부분의 저로써는 좀 더 크게 와닿습니다. 연출이나 개연성이 엉성해서 안타깝습니다.   
2002-10-1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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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2002, Road Movie)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road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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