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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 철폐를 외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인사이드 잡
ldk209 2011-05-23 오후 4:16:55 687   [0]
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 철폐를 외치는 이들은 누구인가?... ★★★☆

 

맷 데이먼의 내레이터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은 2008년 미국의 거대 투자회사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과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몰락과 이로 인해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 해고자 3천만 명, 극빈자로의 몰락 5천만명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주요 경제정책 담당자들, 경제학 교수들, 시민단체 인사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한국 관객의 경우, <인사이드 잡>에서 다루는 문제가 주로는 미국의 경제 문제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사이드 잡>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그저 바다건너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 복잡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간단히 바라보면, <인사이드 잡>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의 철폐가 바로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30년대 대공황을 겪은 미국은 기업과 금융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들을 신설했고, 이후 40년 동안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레이건 정부가 새로 집권하면서 금융권과 정치권이 결탁해 각종 규제를 없애나갔고, 기업과 금융은 무분별한 투자와 각종 파생상품 등의 판매로 외형상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곧 과도한 거품이 낀 것을 의미했고, 그 거품이 꺼지자 엄청난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이 30년대의 대공황을 거치며 40년 가까이 강력한 규제 속에 거품의 증식, 다시 말해 거대 자본가들의 무분별한 탐욕을 억제했고 이로 인해 경제 위기를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80년대의 규제 철폐는 약 20년 후에 거대한 경제 위기라는 쓰나미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유령이 돌아다니고 있다. 바로 규제 폐지, 규제 완화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은 1997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난이라는 IMF 사태를 겪으며, 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IMF는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과도한 경험이랄 수 있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만에 정반대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책임진 공직자들(이들 중 상당수가 IMF에 책임이 있다)과 거대 자본가들, 거대 은행들은 마치 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인 냥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론몰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바로 경제학 교수들과 기업 부설 연구소들이다. <인사이드 잡>에서도 나오듯이 중요한 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아니라, 이 연구가 누구의 의뢰로, 즉 누구의 돈으로 연구를 하느냐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신뢰한다. 더구나 그것이 자연과학 전문가라면 더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심지어 자연과학 연구자들조차 실험실에서 몇 가지 간단한 조건을 변경시키는 것만으로도 판이한 실험결과를 내 놓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이 사회과학 분야라면 더 심할 수 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교수들이 연구한 결과(?), 규제 철폐와 합병으로 인한 거대 금융기업의 탄생, 그리고 이들이 판매하는 파생상품이 위험하지 않음을 입증(!)하였고, 세계적인 거대 신용평가 회사들은 이러한 금융기업에 최고의 신용등급을 부여하였다. 물론 해당 기업이 돈을 내고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투자회사와 보험회사가 파산하고 그 결과로 닥쳐온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이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멀리 갈 것도 없다. 1997년 IMF 사태 직전까지도 우리나라 경제 부처의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유명하다는 경제학 교수들, 거대 언론사들은 우리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역설하였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았다. 미국이나 우리나 경제 위기를 불러온 이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며 더 많은 탐욕을 부린다. 오로지 경제위기에 책임 없는 민중들만이 고스란히 그 타격을 입는다.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가장 적나라한 풍경이다.

 

※ 영화를 보면서 사람의 이름과 인터뷰 내용이 쉴 새 없이 자막으로 깔리다보니 놓치는 자막이 종종 있었다. 이런 영화는 자막이 아니라 더빙이 필요한 영화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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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2010, Inside Job)
제작사 : Sony Pictures Classic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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