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서 내 자신에게 조금 짜증을 내며 반성을 해보았다. 근래의 한국 영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었는지.. 웃긴 영화에 대해 머리는 관대하고 자극에는 냉정한 것이 아닌가?
YMCA야구단은 코미디다. 꼭 봐야지 생각한 것도 코믹함의 결정체가 빛나는 예고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고 일련의 코미디 영화에서 찬사를 받아온 송강호와 코미디를 생각할 수 있는 여배우 대표의 하나인 김혜수가 포부도 당당히 서있는 포스터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몸을 의자에 눕혔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영화가 조금 템포가 느려진다 싶으면 몸을 의자에 한껏 뉘우며 스크린과 쬐끔 더 거리를 두면서 영화에 대한 심기를 드러내는 내 개인적 못된 습관이다. 이 템포 그리고 코미디 영화의 웃음에 대한 기대,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닌가.. 2001년 그리고 올해 이어지는 황당하고 억지스럽고 오버액션으로 일관하는 코미디 영화들을 보면서 코믹영화의 자극 수용점을 내가 만들어 놓았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그렇게 썩 웃기지는 않네 라는 생각이 중간중간 든다. 이는 영화의 문제라기보다 마케팅의 역효과일수도 있다. 몇 분 안되는 트레일러부터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길게는 몇 십분 보여지는 장면들이 코미디 영화의 기습공격같은 말과 동작을 한 숨 죽이게 한다. 싱싱하고 아삭아삭해야할 대사와 액션이 소금먹은 배추처럼 질겅질겅하다.
하여 YMCA 야구단이 덜 웃기게 느껴진다면 미리 알아버린 나를 탓함이다. 말장난처럼 웃음이 터지는 순간 같이 흩어져버리는 흔한 코미디 영화와는 달리 감동이 짙어 좋은 영화다. 우울하고 끔찍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제시대의 수난과 서러움을 새로운 문명을 접하는 이들의 엉뚱함과 열정으로 무거움을 덜어냈다. 하지만 너무 털어버리지도 않고 관객의 속을 후련하고 시원하게 만들만큼 딱 고만큼만 터뜨린다.
요란스럽고 과잉되게 코믹을 이끌어 갔다면 이만큼의 절제가 주는 감동이 나왔을까? 너울너울 선을 넘어 다니다가 갑자기 다시 반듯하게 선 안으로 들어와 있다면 어색하고 그래서 어이없어 웃었을 지도 모른다. 말이나 행동이 조금 덜 웃길 지언정 영화를 보고 자리를 뜰 때면 전해지는 감독의 뜻은 알아야 개운하다. 어느 뜻이 더 진중하고 의미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그냥 구경한 느낌만 들어서는 안 될 듯해서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관대와 냉정.. 머리와 가슴 어디가 냉정하고 관대하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