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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베일 듯이 예민하고 날카롭다... 파수꾼
ldk209 2011-03-17 오후 1:05:37 1406   [0]
손대면 베일 듯이 예민하고 날카롭다... ★★★★

 

아들 기태(이제훈)가 죽은 후 아버지(조성하)는 기태가 죽은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기태가 죽기 직전 희준(박정민)은 전학을 갔고, 기태가 죽고 난 후 동윤(서준영)은 학교를 그만 두었다. 기태 아버지는 이 문제에 기태가 관련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친구들은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을 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의 소년은 인생에서 가장 남성성이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예민했던 시절을 관통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살아남는(?) 소년만이 어른이 된다. 영화 <파수꾼>은 어쩌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시기 소년들에 대한 가장 애달픈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우선 매 장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듯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그 에너지는 애달픔의 다른 표현이리라. 뭔가가 잘못되긴 한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한 명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명은 별 것 아니라고 넘겨 버린다. 잘못한 소년의 사과엔 진정성이 없고, 피해를 당한 소년은 사과를 무시해버린다. 그렇게 이들 사이엔 조그마한 균열이 발생하고 그 균열은 너무도 가슴 아픈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마치 미스테리적 구조로 되어 있다. 처음 영화는 기태의 죽음만을 알려줄 뿐, 그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모호하게 처리한다. 아버지를 만난 친구들은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지만, 자기들끼리는 기태의 죽음을 두고 서로만 아는 정보를 서로만 아는 언어로, 서로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날리기도 하고, 자신의 책임 없음을 강변하기도 한다. 관객들의 궁금증은 커져가기만 한다.

 

그렇다고 <파수꾼>이 미스테리 또는 스릴러적 의문의 해결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미스테리적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에 대한 몰입을 유지시켜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외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적 특징은 매우 유려하고 섬세하다. <파수꾼>은 내가 최근에 본 영화 중 플래시백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인 것 같다. 물론 <파수꾼>의 플래시백은 엄밀히 말해 플래시백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현실과 과거 사이엔 아무런 경계라든가 표식이 없다. 게다가 이 영화의 과거는 누군가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어느 장면에서의 현실과 과거는 마치 하나의 시공간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까지 한다. 과거도 동일한 시점만이 아니라 몇 개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닌다. 아무런 설명이 없음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가끔 인물의 퇴장에 좀 더 여운을 두었으면 하는 장면이 있음에도 어쨌거나 이러한 점은 이 영화의 편집이 대단히 좋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파수꾼>의 시선은 소년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근거리에서 흔들리며 바라보도록 되어 있다. 특정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원경을 담은 모습은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카메라는 이들에게 밀착되어 있다. 밀착된 카메라는 소년들의 몸짓과 표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핸드헬드의 흔들림은 마치 소년들의 흔들리는 초상을, 그들의 흔들리는 현재를, 그들의 흔들리는 미래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사전달의 대부분을 욕으로 하며 자신들의 충만한 남성성을 과시하던 소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작은 변화에 힘들어 하고, 의도적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안달하곤 한다. 친구를 향해 쏜 화살이 자신의 가슴을 향한 화살임을 느끼지만 어떻게 하면 이 화살을 멈출 수 있을지 이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소년이든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처음부터 잘못된 건 없어. 너만 없으면 돼’

 

※ 결론적으론 전혀 다른 영화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와이 순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떠올랐다. 마치 <파수꾼>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끝난 후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 사실 영화의 초반부에 인물들의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지 않아 한동안 헤맸다. 뼈저리게 느낀 건, 신인배우들이 주로 출연하는 영화를 볼 때는 최소한 배우들의 얼굴과 극중 이름 정도는 알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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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2010)
제작사 : KAFA FILIMS / 배급사 : 필라멘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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