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3D로 볼 필요는 없을 듯한 127시간의 해저판
요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의 유행이 도는 걸까? 127시간의 느낌이 물씬 났다. 좁은 협곡 틈새를 빠져나가는 것도 위에서 빗물이 쏟아지는 것도. 파푸아뉴기니의 동굴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길이 있다고 믿고 그 길을 탐사하는 탐사팀의 이야기이다. 예상보다 일찍 폭풍우가 몰아쳐 재난 상황에 빠지게 됐고, 졸지에 출구의 바위도 무너져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바위가 무너진 건 완전 127시간과 똑같은 컨셉! 물론 생텀은 실화를 바탕으로 아이디어을 얻은 영화이고, 127시간은 실화이지만. 생존의 몸부림으로 인한 살인과 자살, 처절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죽은 사람의 잠수복은 절대 입지 않겠다고 하던 여자의 체면도 나중에는 소용 없고. 멧돼지 뼈 속에 불빛을 심은 아버지가 준 목걸이도 막판에는 소용이 있더군. 영화 중 폭풍우로 통신이 두절되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 죽어간다. 처음에는 지친 상태에서 탐사하다가 좁은 길에서 비상산소통 두고 갔다가 호스가 터져서, 그리고 탈출 중 바위가 무너져 떨어져 내리다 심한 부상을 입어서, 예전에 앓던 잠수병이 도져서 몰래 뒤쳐져 있다가 자살을 선택, 아래는 큰 우물같은데 물살이 심해서 줄 타고 옆의 구멍으로 가려다 긴 머리카락이 걸려서 칼로 끊으려다 줄 끊어서 죽은 여자, 혼자만 살겠다고 호흡기 들고 튀었다가 쓰레기 장에서 만난 내셔털 지오그래피 기자는 혼자 도망가다 결국 산소 부족으로 사망, 다시 만난 기자와 싸우다 넘어져서 종유석 같은 게 척추에 박혀서 아들의 도움으로 자살한 아버지. 결국 혼자만 남았다. (차라리 이럴 거면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같은 류를 원했는데. 아가사 크리스티 처럼) 역시 이런 재난 영화는 추리, 탐정 소설처럼 나대면 죽는 걸까. 준비하지 않고 재미로 참여한 사람들은 다 죽었다. 아버지 때문에 원치 않게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고 끝까지 인간미를 유지하려 했던 아들만 홀로 살아남았다. 『엄마, 당신은 모른다』책의 아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은 엄마가 돌 때부터 매년 해외여행 억지로 데리고 다닌 게 싫겠지만, 그게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지 알면 엄청 감사할걸. 그러면서 자신이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의 참 모습과 사랑을 깨닫고 아버지가 중얼거리던 시를 외운다. (예전에 몽골 역사 관련 수업을 1년 들었는데 쿠빌라이 칸이란 이름을 들으니 반가웠다.) 대충 적어보면....
도원경에 쿠빌라이 칸은 아방궁을 세우라고 했네, 거대한 강이 한없이 깊은 동굴을 통해 태양이 비치지 않는 바다로~~
영화가 이 문구에 영감을 받은 건지, 영화 컨셉을 생각하고 자료를 찾다보니 발견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한 건처음에 여자와 기자, 아들이 동굴로 들어올 때 2명은 줄 타고 1명은 낙하산 탔는데 낙하산도 아래에서 촬영했을 때 엄청 작아보이던데 줄 타고 온 사람들은 그렇게 긴 줄이 있었나 모르겠다. 제대로 본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깊이가 2km였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러면 산정상이 최소 1500미터쯤은 돼야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리고 여자는 벽을 마주보고 내려오는데 남자는 벽을 등지고 내려오는 것도 신기했다. 뒤에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려오다 허리라도 벽에 부딪치면 어쩌려고.
마지막에 일본군의 수륙양용 탱크가 있고, 여기서 탈출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일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이런 동굴을 내버려뒀을까? 731부대 등 엄청난 사람들이 몰래 뭔가를 연구했어야 정상 아닐까?
그냥 보기에는 재미있었지만 엄청나게 광고 하고, 단 하루 시사라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높았던 것에 비교하면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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