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같이 스산하고 외롭다.... ★★★☆
미국 미주리주의 한 조그만 시골마을. 17살 소녀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와 두 동생을 돌보며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마약 혐의로 입건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아버지가 여전히 마약을 제조하고 있으며, 재판에 출두하지 않으면 담보가 잡힌 집과 땅이 경매로 넘어갈 것이라고 통보한다. 리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행적을 찾아다니지만, 아버지를 찾지 말라는 무서운 협박이 리에게 가해진다.
이게 과연 무슨 얘기일까? 처음 이 영화의 정보를 접했을 때, 영화는 온통 미스테리와 스릴러의 향연인 것처럼 다가왔다. 도대체 아버지는 어디에 있을까? 왜 마을 주민들은 아버지를 찾는 리를 협박하는 것일까? 큰아버지 티어드롭(존 호키스)이 숨기는 것은 무엇일까? 마을 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엄청난 비밀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윈터스 본>은 위와 같은 질문하고는 하등 상관도 없는 영화이며, 미스테리나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봤다면 100% 실망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의문들은 사실 영화에선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리가 쫓는 것은 아버지(살아 있는)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를 포함한 큰아버지라든가 마을 주민들 모두는 리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고,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마을주민들은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리에게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려 하지 말라며 목숨을 위협하기 까지 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리가 알아내는 건, 단지 아버지가 마을 주민들의 중요한 룰을 어겼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 뿐이다. 리도 굳이 더 많은 것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리가 원한 건 진실이 아니라 단지 삶의 지속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 또는 복수를 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녀 리는 어린 어깨에 짊어지기에는 버거운 삶의 무게를 버텨내고 있다. 동년배의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서 온갖 취미활동으로 웃음꽃을 피울 때,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군 입대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으며, 자신이 군에 갈 때를 대비해 어린 동생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훈련(?)을 실시한다. 사격하는 법, 동물을 잡아 가죽을 벗기는 법, 음식을 만들고 어머니를 돌보는 법 등등등.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해서는....
<윈터스 본>은 이 과정을 그저 묵묵히 감내하듯 바라본다. 영화의 배경은 겨울이고, 관객의 마음에도 차가운 바람이 인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어린 소녀의 고군분투가 겨울 풍경처럼 스산하고 외롭고 먹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는 사실이 거의 유일한 위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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