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찾아온 추위로 유난히 꽁꽁 얼어버린 이번 겨울에, 사랑에 빠져 있거나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모든 연인들에게 들려주는, 너무도 사랑스런 두 남녀의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의대를 중퇴한 후 전자제품 대리점의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타고난 바람둥이 제이미 랜달(‘페르시아 왕자’의 제이크 질렌할 분)은, 주체할 수 없는 여성편력으로 결국 직장상사의 애인마저 애정행각의 대상으로 삼다가 들켜, 그만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맙니다.
다시 모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업을 한 제이미는, 자신의 넘치는 성적 매력을 자연스럽게 이용해 가며 병원을 상대로 한 의약품 영업전선에서 활약을 시작합니다.
한편 예술을 업으로 삼는 눈이 무척 크고 아름다운, 그러나 사랑은 인스턴트 식품과 같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매기 머독(‘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앤 헤서웨이 분)은 늘 진지한 사랑을 거부하고, 오로지 가벼운 성적 관계만을 추구하며 이성과 잠자리를 함께하곤 합니다. 아마도 파킨슨씨 병이라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이해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마침 한 병원에 영업활동차 방문한 제이미는 그곳에서, 영업차원에서 임시인턴의 자격으로 의사의 진료를 참관하면서, 우연히 아름다운 매기의 가슴을 보게 됩니다. 의사가 아닌 일개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시켰음을 알게 된 매기는, 제이미와 다툼을 일으키게 되고, 바람끼가 다분한 제이미의 매력에 가볍게 잠시 즐길 섹스상대로서 제이미를 받아드리게 됩니다.
단지 쾌락만을 위해 만났던 두 남녀는 점점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만, 그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의약품 영업활동을 위해 노력하던 제이미는, 때마침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혁신적으로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약품인 ‘바이아그라’가 의학계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게되자, 그것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급기야 진급까지 하게되어, 궁극에는 영업맨들의 꿈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시카고로의 영전까지 발령받게 됩니다.
그러나 제이미는 매기와 동참했던 ‘파킨슨 환자를 위한 세미나’에서 우연히 만난 한 환자 배우자의 조언으로 인해, 사랑이후 떠 안게 될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매기 머독에 대한 연정을 어렵게 정리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잊고 발령지 시카고로 떠날 채비를 하던 중, 비디오 영상물 속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을 떠올리곤 이내 결심을 굳혀, 노인들의 저렴한 약품 쇼핑을 돕기위해 봉사차 캐나다행 전세버스에 동승한 매기 머독을 쫓아가 버스를 가까스로 세우게 됩니다.
매기에게 진정어린 심정으로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게 되지만, 자신이 앓고 있는 파킨슨 병이라는 치명적 질병에 대하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그녀는, 찾아온 사랑을 애써 외면하며 떠나려 합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스포일러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 같군요.
배우들의 명연기도 영화의 몰입에 한 몫을 담당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스노비스트(snobbist) 바람둥이에서, 결국 사랑에 함몰되고 마는 매력적 남성의 연기까지 심리적으로 점층 변화해 가는 연기를 매우 잘 소화하였습니다.
게다가 행크 아자리아(의사 스탠 나잇 역)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의료 민영화의 문제, 의료행위자들의 인간적 고충, 의료계와 약품영업계의 연결고리, 나아가 불치인 파킨슨씨병의 증상 및 그 비극적 말로, 바이아그라의 효능 및 역기능 등, 현실적으로 개연성 있는 일단면의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보는 간접경험의 효과를 덤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앤 헤서웨이가 열연한, ‘파킨슨씨 병’ 환자의 경련하는 손연기, 힘이 빠진 보행, 사랑스런 여인의 눈물연기 등은, 뭇 남성들의 심장이 노래하게 만들기에 충분조건이었습니다.
비록 해피엔딩을 향한 궤도가 정해진 채 시작되는 신파적 요소가 다분한, 로맨틱을 위한, 로맨틱에 의한, 로맨틱 영화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감상할 때면 언제나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남녀노소 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저의 지론엔 흔들림이 없습니다.
단순히 유쾌한 로맨틱 영화에 불과하지만, 의외의 많은 진지한 생각의 재료들을 제공해 주었고,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의 몸에 밴 자연스런 연기와,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제공되는 알맞은 감동은 영화를 감상하는 연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짓는 미소를 쉬이 지울 수 없게 하였습니다.
새출발의 의미를 담는 신묘년 새해에 멋진 영화를 보게 해 주신 에드워드 즈윅 감독과 시사회 주최측에도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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