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가 희대의 역작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추호도 없지만 하도 영화 추격자와 그것을 만들어낸 나홍진 감독, 그리고 배우 하정우 김윤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적지 않았던지라 이번에 그들이 또다시 뭉쳐서 만든 영화 <황해>가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 이미 짐작은 했다.
개봉 전후로 쏟아져 나오는 평점과 리뷰를 보니 전반적 평이 추격자에 미치지 못하다는 흐름이라 실망을 많이 했다. 추격자보다도 못하다면 대충 어느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상영시간도 길고 그만큼 지루했다는 평, 잔혹한 영상이 지나치다는 평, 여러가지 부정적인 평이 쉽게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러나 싶어 영화를 관람했다.
총평... 추격자보다 훨씬 낫다.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
나홍진 감독의 내공이 절대 녹록치 않다라는 것을 오감을 통해 확인했다. 게다가 두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고...
조선족이 겪는 사회상을 극사실주의로 묘사해내는 실력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도 매우 촘촘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돈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아내를 찾기 위해 청부살인을 하게 되고 죽음에 이르게 된 한 조선족 부부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기에 매우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그만큼 연기해 내는 배역에 대한 연민도 깊어진다.
택시운전사, 살인자, 조선족, 황해 이렇게 4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수순을 밟으며 관객을 흡입한다.
특히 챕터 1과 2, 곧 택시운전사와 살인자 파트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극사실주의의 묘사를 읽을 수 있었던 명 장면들이다.
이토록 숨죽이며 화면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다.
다만 챕터 3과 4로 가면서 점점 감독의 욕심이 눈에 비쳐진 것은 흠이 될만하나 영화 전체를 폄하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퍼즐을 맞추듯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적막한 황해바다와 함께 왜 제목이 '황해'였는지를 알게 되고 그만큼 영화는 처음과 끝을 한가지 톤과 색깔로 적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왜 <추격자>의 나홍진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감독 만나기 쉽지 않다.
하정우는 우리나라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갈 차세대 대표 배우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대단한 배우다.
김윤석, 참 무섭게 연기한다. 사람의 살을 떨리게 하는 연기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필요한 장면(지나치게 길고 흔들리는 자동차 추격씬 등)과 비현실적인 내용도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영화를 누가 과연 만들겠는가 싶다.
후회없이 영화 잘 봤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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