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금요일, 힘든 하루를 보상받을 웃음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민끝에 <듀 데이트>를 선택했다.
"코미디가 아닌 버디 로드 무비"
<로드 트립>, <행 오버>를 만든 토드 필립스 감독의 코미디엔 다분히 미국적 웃음을 위한 연출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나오는 영화고 전혀 맞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의 여행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이다.
역시나 감독의 웃음 코드는 미국인들이 즐길 웃음 코드로 넘쳐 토종 미국식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내겐 하루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폭소를 만끽하기엔 난해한 영화였다. 물론 상황 상황마다 벌어지는 황당한 해프닝들이 전혀 웃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이 영화를 코미디로 생각한 내겐 웃음보다 오히려 잔잔한 버디 무비의 감동을 느끼게 한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였다.
"공감하기에 너무 먼 미국식 유머"
그 이유는 뭘까? 우선 영화 전체에 깔려 있는 미국식 유머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젠틀하지만 성격 급하고 욱하는 성격의 피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에단과 어쩔 수 없는 동행을 시작한다. 전형적인 로드무비인 <듀 데이트>의 시작부터 꼬이는 설정은 피터가 에단때문에 비행기에서 쫒겨나고 비행 금지 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어쩔 수 없이 LA까지 그 먼거리를 자동차로 가야만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 설정은 광활한 미국 땅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거대한 국토에 사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막연한 불행의 기운이다.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 몇일동안을 어쩔 수 없이 먹고 자고를 함께 해야하는 코믹 설정을 아무리 먼 곳이라도 하루 안에 차로 이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에선 공감하기 어려우면서도 참 부러운 부분이다.
이외에도 둘의 여정에서 친구인 다릴 (제이미 폭스)이 흑인이라는 설정으로 아내와 외도를 의심하는 부분에서의 웃음 코드 (친구의 외도와 이를 오해해 낳은 아이를 얼룩말에 비유)는 에단이 교수차림으로 찍은 사진에서 자신을 말콤 X라고 설명하는 장면과 같이 흑과 백이라는 인종 문제를 웃음으로 풀어간 점이나 운전 부주의로 멕시코 국경으로 진입하는 부분, 총기 자유화로 인해 차 안에서 총기 사고가 나는 상황, 아이 폭행이란 것을 상상할 수도 없는 나라에서 버릇없는 아이를 엄마 모르게 때리는 장면, 참전 용사에게 까불다 모질게 맞는 장면들 (탐 크루즈의 <7월 4일생>을 연상하게 하는), 거기에 스타가 될 수 없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할리웃 스타를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은 다분히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설정들이다.
"잔잔한 감동의 로드 무비"
거기에 아버지의 유골을 커피통에 옮기다 유골인지 모르고 커피로 마시는 상황이나 그 상황을 진지하게 넘기는 상황이나 자 잘 모르는 동행자가 옆에 있는데도 위행위를 하는 상황 (심지어 개까지 따라한다)은 블랙 코미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장면에서 웃어야 하지만 왠지 웃음은 입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이다. 예전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한 <피너츠 송>처럼 미국식 화장실 유머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웃음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웃긴 장면이긴 한데 별로 웃기지 않은 그런 상황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하지만 <듀 데이트>에는 로드 무비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남자가 몇일의 동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은 진한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한 매력으로 이들의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고참과 신참이 파트너가 되어 티격대다 나중엔 서로 완전히 통한다는 설정처럼 젠틀한 피터와 히피같은 에단이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은 가까와지다가도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질리지 않는 재미를 준다.
"에필로그"
이 영화는 많은 웃음을 기대하고 보기 보다는 이들의 황당한 여행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이다. 우리 사고와 윤리에는 맞지 않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관람 시간 동안은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며 본다면 소소한 웃음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비록 단역들이지만 미쉘 모나한이나 줄리엣 루이스 그리고 제이미 폭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영화의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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