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길리엄은 광기의 감독이다.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 같은 최근 영화에선 많이 순화됐지만, 그가 한창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 만든 <바론의 대모험>이나 <브라질> 같은 영화는 ‘광기어린 상상력’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했다(그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말아먹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에선 그의 광기를 직접 볼 수도 있었다). 영화에서 상상과 현실을 경계없이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는 팀 버튼과 유사하지만 그 도저한 광기는 확고한 차별점이었다.
<타이드랜드> 또한 그의 일관된 영화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미치 컬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영화는 어른들의 험악한 세계를 한 소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원작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는 테리 길리엄이다. 막 나가는 광기를 포기할 인물이 아니란 말이다. 팔뚝에 마약주사를 놓아달라고 늘 요구하는 아빠와 초콜릿을 뺏어 먹으려면 팔을 내리치는 엄마 아래서 살아가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상상밖에 없다. 길리엄은 자기방어 기제에서 비롯된 이 소녀의 상상을 때론 아름답지만 때론 위험스럽게 이끌어간다. 열살 남짓한 꼬마 아이에게 성적인 상징을 부여할 때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타이드랜드>는 초점이 불분명한 영화다. 황량한 가을 초원과 폐가 같은 할머니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부분의 장면은 로즈의 팍팍한 내면만 줄곧 보여줄 뿐, 좀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발전되지 못한다. 세상이 온통 바다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덜떨어진 남성 디킨스나 깊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델의 스토리 또한 제자리에서 맴돈다. 이 “미국 고딕풍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짐 호버먼)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스스로 도취돼 동어반복을 거듭하는 것이다. 결국 <타이드랜드>는 개성 강한 아역배우 조델 퍼랜드의 발견과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영상 정도로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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